현대인이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첩첩 산중에서 평생 머물러 산다면 어떤 느낌일까? 마치 큰 죄를 짓고 영구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사는 기분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지구상에는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광활한 중국 땅에서도 평생 4킬로미터 밖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90% 이상이 된다. 조금만 벗어나면 새로운 세계가 보이는 것을. 나는 오늘도 새로운 길을 찾아서 간다.
오늘 가는 길은 인천둘레길 2코스 천마산둘레길이다. 인천둘레길 2코스인 천마산둘레길의 시작점은 징매이 생태통로다. 이곳은 경명로 도로 개설로 단절된 생물이동로를 복원하고 계양산과 천마산의 녹지축을 연결하기 위해 조성한 생태통로다. 계양산과 천마산은 원래 이어진 산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의 경명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산줄기가 끊어져 수많은 동물들이 이 도로에 치어 죽었다. 인간의 난개발에 의하여 동식물의 서식지가 점점 없어져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징매이 생태통로 뒤쪽 왼쪽에 계단을 오르면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가쁜 숨을 내쉬며 오르고 또 오르면 중구봉이 눈 앞에 보인다. 중구봉은 고려시대 때 붙여진 이름으로 크고 작은 봉우리가 아홉 개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과 고려시대 불교행사인 중구절의 시성사를 치른 산이라 하여 중구봉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해발 276미터 중구봉에서 산 아래를 내려다 본다. 미세먼지로 가득 찬 하늘에 인천 시내가 아른아른 보인다.
인천둘레길 2코스인 천마산둘레길은 둘레길이 아니고 등산로다. 중구봉을 지나면 또 다른 산봉우리가 보인다. 아득히 보이는 산봉우리 위에 팔각정을 향하여 오르고 또 오른다.
서구와 계양구를 가로 지르는 천마산은 서구 공촌동, 심곡동과 계양구 효성동 사이에 걸쳐 있는 267미터의 산이다. 이 산은 오랫동안 철마산으로 잘못 불려왔다. 천마산 중턱에는 암석에 말발자국이 무수히 나타나 있다. 이 말발자국은 옛날에 천마가 밟은 발자국이라 하여 이 산을 마제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천마산을 하산하는 중간에 작은 헬기장이 보인다. 천마산에 헬기장을 지을만한 넓은 공터가 없어서 이렇게 작게 만든 것 같다.
산을 내려와 서곶근린공원에 도착한다. 인천둘레길 2코스인 천마산둘레길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둘레길 코스의 이정표가 별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지도를 보고 찾아가기에는 역부족이다. 다행스럽게 산길샘 어플의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길을 찾아 간다.
네비게이션을 따라 은혜병원, 탁옥공원, 연희동 성당, 체육관을 지나 인천소방학교 정문으로 들어간다. 소방학교은 소방공무원을 양성하는 학교이다. 언제나 국민의 위험을 감지하여 온몸을 바쳐 희생하는 소방공무원들을 보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인천소방학교 정문을 통과하면 오른쪽에 둘레길로 가는 오솔길이 나타난다. 그 사이에 작은 돌탑이 보인다. 그 돌탑을 바라보며 소방공무원들의 안전을 빌어본다.
둘레길을 내려와 동우 아파트 사이를 통과해 가정역에 도착한다. 이 길을 걷는 동안 동식물 들의 생태계를 파괴해 가면서 수많은 아파트들이 건설되고 있는 현장을 보았다. 얼마나 더 자연을 훼손시켜야 인간의 욕망을 채울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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