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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인천둘레길 3코스 원적산둘레길 – 길을 막아 놓은 철조망

희망이 있던 사람에게 희망의 통로를 차단해 버리면 그 사람은 절망을 느낀다. 만일 그 사람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 나아간다면 그는 더 이상 불행하지 않다. 그러나 그가 절망에 무너져 더 이상의 희망을 가지지 못할 때 그는 불행하다. 지금 우리는 모든 길이 막혔다. 코로나19로 생활이 차단되고 미세먼지로 온 세상이 막혀있다. 하지만 이제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다면 더는 불행하지 않다. 

온 세상이 미세먼지로 가득하고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날에 인천둘레길 3코스 원적산둘레길을 간다.

거리: 6.88km
시간: 2시간 56분

원적산은 해발 165미터의 낮은 산으로 인천광역시의 부평구와 서구의 경계 지점에 위치한 산이다. 원적산 둘레길은 원적산의 허리에 길을 내어서 그 둘레를 도는 길이다. 시작은 어느 곳에서 가든 상관이 없으나 지하철 7호선 산곡역과 가까운 세일 고등학교에서 출발한다.

세일고등학교에서 계단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원적산의 산허리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 둘레길의 시작이다. 겨울의 한복판이라 잎과 꽃이 다 떨어진 황량한 나무 사이로 걷는 길이지만 길이 평판하여 운동 삼아 걷기에 참 좋은 길이었다.

그러나

곧 난관에 부딪혔다.

갑자기 길이 막힌 것이다.

갑자기 나타난 철조망에 수많은 등산객들은 당황했다. 길 중간, 중간에 어떠한 지시나 표시가 있었더라면 이렇게 당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퇴양난의 상황에 일부는 철조망을 넘고 일부는 되돌아 간다. 그 어떤 우회도로 표시도 없는 상황에 등산로의 휴지를 줍고 계신 자원봉사요원 한 분이 우회도로를 알려 주었다.

우회도로를 돌고 돌아 막힌 구간을 건너 왔지만 그곳에서도 반대편에서 오는 등산객들이 우왕자왕하고 있었다. 이것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1999년 10월 ‘지자체가 개인 소유의 땅에 도시계획시설을 짓기로 하고 장기간 이를 집행하지 않으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도시계획법 4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2000년 1월 국토계획법(현 도시계획법)이 개정돼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실효제·매수청구제가 도입되면서 해당 제도는 2020년 7월 1일부터 적용되었다.  (도시공원 일몰제)

헌법재판소가 1999년 10월부터 2020년 6월까지 20년간 법의 집행을 미루면서 정부가 사유지의 매입의 사간을 주었지만 각 정부는 차기 정부에게 그 매입의 기회를 미루어왔다. 그 결과 땅값은 계속 올라갔고 지금은 더 이상 땅을 매입할 수 없게 되었다. 부평구청과 산 주인과의 지루한 싸움에 애꿎은 등산객만 피해를 보고 있다.

원적산 정상에서 청천농장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에 커다란 돌탑이 있다. 누군가 처음 몇 개 쌓아 올린 돌탑이 수많은 등산객이 하나 둘 던져 쌓으면서 이렇게 거대한 돌탑이 된 것이다. 몇 개의 돌을 주워 산길을 다니는 모든 등산객의 건강과 행복을 빌어본다.

돌탑에서 내려오는 길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한 마리의 이름 모를 새가 가까이 다가온다. 사람을 무섭지 않는 것을 보니 등산객들한테 많은 먹이를 받아먹은 듯싶다. 손위에 호두 몇 조각을 올려놓고 먹으라고 손짓을 하니 사뿐이 다가와 먹이를 가지고 달아난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된 기분이다.

네비게이션을 따라 둘레길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 길을 잘못 들었다고 따라오면서 길을 안내해 준다. 그 길을 따라 가니 원하던 원적산 둘레길을 벗어나 버렸다. 인생길을 갈 때도 인생을 다 살아본 것처럼 참견하는 사람들이 있다. 친절은 고맙지만 그것이 그 사람을 진정으로 위하는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원적산생태통로

원적산과 함봉산을 잇는 원적산 생태도로가 보인다. 어느덧 원적산 둘래를 돌고 돌아 원점에 온 것이다, 원적산둘레길을 걸으면서 둘레길을 막아놓은 철조망을 보았다. 등산객들은 되돌아가기 보다는 철조망을 넘거나 우회도로를 이용하여 가던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인생길에도 수많은 난관이 있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어떤 난관에 봉착해고 극복하고 원래의 목표를 꼭 달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