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외할머니는 어릴 때 나물을 하러 산에 올랐다가 새끼 호랑이를 보았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쓰다듬고 있는데 등 뒤에 지켜보고 있던 호랑이에 놀라 혼비백산하여 집으로 도망쳤다. 어릴 때 살던 동네의 할아버지도 가끔 호랑이를 만난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우리나라에는 호랑이가 많았다. 우리 민화에도 호랑이가 자주 나온다. 그림 속 호랑이의 종은 한국호랑이다. 그러나 한국호랑이는 더 이상 한국에는 없다. 호랑이가 살 수 있는 울창한 숲은 벌목에 의해 없어지고 그나마 숨어살던 호랑이도 사냥에 의해 모두 없어졌다.
함봉산은 호랑이가 우는 소리가 들리는 산이다. 옛날 이 산에도 숲이 매우 울창하여 호랑이가 살았다고 한다. 오늘은 호랑이가 살았던 함봉산을 간다. 산길을 걷다가 작은 마을을 만나고 다시 산자락으로 접어드는 인천둘레길 4코스 함봉산 코스다.
인천둘레길 4코스의 시작은 3코스의 시작이자 마지막 점인 원적산 생태통로에서 시작한다. 원적산 생태통로는 원적산로 도로 개설로 단절된 생물 이동로를 복원하고 원적산과 함봉산의 녹지축을 연결하기 위해 조성된 생태통로다. 생태통로를 지나 세일고등학교 방향으로 내려오면 함봉산 코스의 시작점을 만난다.
이번 코스는 백두대간의 속리산에서 갈라진 한남정맥의 한 줄기다. 대한민국의 모든 동네는 산 줄기와 산줄기 안에 존재한다.
한남정맥은 칠현산·백운산·구봉산·석륜산·수유산·부아산·보개산·석성산·광교산·오봉산·수리산·오자산·소래산·주안산·원적산·경명산·북성산·가현산·약산·문수산으로 이어진다. 이 산줄기를 중심으로 서쪽 해안 지방과 내륙의 한강 유역권의 생활 문화는 현격한 차이가 있으며, 같은 경기 지방이면서도 국지적 기상 변화 등 생활양식과 함께 언어의 차이까지 보이고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길 옆에 보각사라는 작은 절이 보인다. 이곳은 원래 일제시대 때 신사를 참배했던 곳이다. 일본제국은 일왕을 비롯한 침략전쟁의 장본인들을 모두 신사를 중심으로 신격화하여 자국민의 정신적 지배는 물론, 군국주의적 침략정책에 이용하였다 이러한 수치스럽고 아픈 역사의 잔재를 청산하고자 1958년 3월 조선말기 상국의 손녀 딸이었던 김혜석 보살이 신사참배를 했던 이 자리에 사찰을 건립했다고 전한다.
길 좌측에는 군부대가 자리하고 있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 속에는 수많은 전쟁이 있었다. 그 전쟁은 대부분이 외침에 의한 전쟁이었다. 반만년 동안 960여차례 전쟁을 치렀으니 5년에 한 번씩 전쟁이 일어난 샘이다. 이렇게 군부대가 많은 것도 강대국을 사이에 둔 한 반도의 운명이다.
높이 164미터의 함봉산 정상이다. 한반도의 특성상 서쪽과 남쪽으로 갈 수록 지대가 낮아져 서쪽 끝에 이 정도만 해도 높은 산에 손꼽는다. 작은 산이지만 사방이 다 트여져 온 세상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함봉산 줄기가 떨어져 중간 정도쯤 거의 평지를 이루는 곳에 장고개가 있다. 산곡동에서 가좌동으로 연결되는 고갯길이다. 옛날 산곡동에는 너른 초지가 있어 말을 키우는 곳이었다. 장고개는 마장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산곡동 쪽으로 군부대가 들어서 장고개는 고개의 기능을 잃었다.
산을 내려와 다시 작은 마을을 지난다. 작은 터에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동네를 이룬다. 길과 길 사에는 자동차등이 늘어서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그 모습을 너무 많이 보아서 인지 왠지 익숙하다.
한전 서인천 전력소를 지나면 골짜기 안에 숨어 있듯 작은 마을이 다시 나타난다. 이 마을을 열우물이라 부르는데 한자어로 표기하면 십정동(十井洞)이 되었다. 1842년도 지도에는 열우물고개라 한 것을 보면 우물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열우물길을 지나서 경원로를 접하는 곳에 벽화거리가 있다. 벽화의 처음 그림은 우물이다. 아마 열우물의 하나를 표현한 것 같다.
수많은 조각글의 지나 그림들이 나타난다. 이 작품들은 제 17회 부평구 인천부평 청소년 그림 그리기 대회에서 우수작과 부평 풍물을 전시한 것, 우수사진 들을 모아 그림타일에 실사한 작품 들이다.
부평아트센터와 백운공원을 지나 다시 작은 산을 넘는다. 산을 지나면 마을이 보이고 마을을 지나면 다시 산이 보이는 4코스는 다른 코스와 달리 지루할 틈이 없다.
이 작은 산의 이름은 법성산이다. 작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소나무가 우거져 있고 산 정상에는 너른 공터가 있다. 수많은 시민들이 그 곳에서 여유를 즐긴다.
다시 산을 내려와 종착점인 부평 삼거리역에 도착했다. 다른 코스를 갈 때는 표지판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길을 헤맸는데 이번 코스에는 표지판이 너무 잘 되어 있어 수월했다. 다른 코스처럼 철조망을 막아놓은 구간도 없었다. 작은 산이지만 소나무가 우거지고 나무들이 무성했다. 이제 다시 호랑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수풀이 더욱 울창한 함봉산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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