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만들며 사는 것이 인생이다. 그 속에 즐거움이 있고 행복이 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새우젓 냄새가 물씬 풍기는 수인선 협궤열차를 타고 소래포구까지 기억이 떠오른다. 서로 마주 앉으면 무릎이 맞닿는다는 소문에 정말 그런가 하고 수인선을 타 보았던 추억이 있다. 그러나 정작 열차에 올랐을 때 무릎은 멀고 손을 길게 뻗어야 서로 마주 잡을 수 있는 열차에 폭에 그냥 좁구나 하는 느낌이 이었다. 1995년 이용객이 줄어들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그때의 추억이 그리워진다.
이번 인천 둘레길 7코스는 소래포구의 옛 추억을 생각하며 소래포구어시장과 바다와 갯벌을 보며 환경을 생각하며 걷는 길이다. 그 길을 걷다 보면 멸종위기의 저어새와 다양한 새들의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거리] 7.38km
[시간] 1시간 49분
소래포구 해오름광장 > 한화에코메트로아파트 앞 해변공원> 한화교> 금개구리 서식지> 고잔톨게이트 육교> 남동유수지> 동막역
첫 길은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시작한다. 소래라는 지명은 당나라의 장수 소정방이 내주에서 군대를 이끌고 소래포구에 도착했다는 역사에 근거해 소정방의 소와 내주의 내자를 따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과 이 지역의 소나무 숲이 울창해서 솔내라고 불리다가 발음이 소래로 변했다는 설이 있다. 소래가 유명하게 된 것은 1933년에 소래에 염전이 들어서고 소금이 생산되면서부터다. 일제는 탄약의 연료가 되는 천일염을 수탈하기 위해 1937년에 국내에서 유일했던 협궤열차인 수인선을 부설했다. 협궤열차는 수원과 인천을 오가는 열차로 소래역에서 정차했다. 그러나 국도 42호선이 개통되어 수인선을 이용한 물자의 이동이 크게 줄어들면서 1977년부터 여객 수송만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또한 여의치 않았고, 운행 편수가 1960년대에 4회에서 1990년대에는 3회로 줄었다. 1995년 12월 31일에 결국 열차가 더 이상 달리지 못하고 멈추었다.
소래포구는 염전이 있는 황량하고 한적한 어촌이었다. 6.25전쟁 이후에 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고향이 가깝다는 이유로 이곳에 들어와 살면서 주거지가 형성되었다. 실향민들은 몇 대의 돛단배를 이용해 새우를 잡아서 새우젓을 만들어 팔았다. 그 후 인천의 내항이 준공되자 인천항을 드나들던 새우잡이 배들이 이곳에 들어와 소래포구는 새우잡이 포구로 유명해졌다. 1970년대 해산물과 새우, 새우젓의 물량이 늘어났고, 소래포구에 대한 소문이 나면서 일반 사람들도 찾아와 해산물과 새우를 구입했다. 또한 협궤열차와 포구라는 낭만을 찾아서 젊은 사람들이 놀러 오는 관광지로 변해 갔다. 그러나 1995년 수인선이 서해안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인해 폐선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서해안고속도로를 비롯해 도로 교통이 좋아지고, 경제 사정이 좋아지면서 주말 나들이 고객이 늘어나 2000년 전후로 평일에 1만 5,000명, 주말에는 3만 명 정도가 소래어시장을 찾을 정도로 북적이었다.
소래포구에서 많이 잡혔던 해산물은 꽃게와 주꾸미, 전어, 광어, 놀래기, 새우, 소라, 어패류 등이었다. 하지만 주변의 공업단지가 들어서고, 수질 오염이 심해지면서 해산물이 잘 잡히지 않았다. 현재의 좌판 위의 해산물은 소래 앞바다에서 잡은 것이 아니라 양식이나 수입한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기억에는 소래에서 나는 소금과 새우젓은 품질이 뛰어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소금과 새우젓은 비록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지만 지금도 소래어시장을 대표하는 품목이다. 지금도 북적거리는 사람에 발걸음을 옮길 수 없는데 예전에는 이보다 더 북적이었다고 하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사람들의 인파에 겨우 어시장을 빠져 나와 해오름 광장으로 간다. 해오름광장 입구에 장대포대지가 있다. 장대포대지는 조선 고종 16년 인천으로 들어오는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화도진을 구축할 당시 만들어진 곳이다. 그 옆에 해오름 광장에 소래의 주산물인 거대한 꽃게상을 마주한다.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꽃게상 앞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꽃게상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새우 전망대가 있다. 세우전망대에 올라가 소래포구를 전망한다. 포구 앞바다에 새 한 마리가 고기를 잡고 있다. 새의 이름을 물었더니 저어새라고 한다.
저어새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다. 지구상에서 오직 2,400여마리만 서식한다. 저어새란 이름은 주걱처럼 생긴 부리를 얕은 물속에 넣고 좌우로 저으면서 먹이를 찾는 특별한 습성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마치 어린아이가 물장난을 하듯 좌우로 부리를 흔드는 모습이 흥미롭다.
멀리 하트 모양의 조각이 보인다. 가까이 가보았더니 그 안에 작은 알이 있고 그 알 속에서 새싹이 돋아나 하트를 뚫고 나온다. 이 조형물은 군 철책 철거사업의 역사적 의미를 기념하기 위하여 시민 디자인 공모전 대상작 'SEED(인천 소망의 씨앗)'이라는 작품이라 한다. 예전에 이 곳까지 철책이 드리워져 있었나 보다.
그 뒤로 보이는 것이 남동소래아트홀이다. 공연장과 전시실이 있다고 하는데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금개구리 서식지 입구에 미세먼지 차단숲이 있다. 공원 내 동식물, 곤충 등의 안식처, 풀씨 등을 제공해주는 소생물의 서식공간으로 생물종 다양성 확보와 친환경 공원조성을 위하여 풀 뽑기, 풀깎이 작업을 하지 않는 생태보전 구간이다.
이 지역은 염전을 끼고 있는 갯벌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대규모의 매립이 시작되었다. 1980년대초에 아암도가 매립이 되고, 1985년에는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에 대비한 도시정비계획에 따라 수도권에 중소기업을 이전하기 위하여 인천남동공단 조성사업을 시행하였다. 이후 1989년 신도시건설로 추가 매립하여 2003년 경제자유지역으로 지정되면서 1~10공구까지 갯벌은 사라졌다.
그러던 2008년 매립계획이었던 11공구 등의 보호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철새 도래지 및 번식지로서 중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11공구의 매립 면적은 축소되었고 이 지역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또한 2014년 7월 람사르 습지로도 지정되어 더 이상의 환경파괴는 중단되었다. 저어새는 세계에 2,700여 마리 정도 남아 있는데 이 중 200∼300마리가 매년 송도갯벌에서 번식하며, 검은머리갈매기는 전 세계에 15,000여 마리 중 250쌍 정도가 이곳에서 번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완전히 사라질 뻔한 갯벌이 이나마 남아있는 것은 다행이다.
현재 이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저어새, 검은머리 갈매기, 검은머리 물떼새, 흰뺨 검둥오리, 알락꼬리마도요, 민물도요를 보기 위해 이곳에 모여든다.
도로를 건너 동막역으로 가는 길에 호수같이 고여 있는 물을 만난다. 이곳이 남동 유수지다. 남동유수지는 송도신도시와 남동공단, 승기천 하류 사이에 있는데 이곳은 조석간만의 차이로 인한 영향과 만조시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인공습지다.
남동유수지는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기수지역으로 냄새 나는 물이 고여있고 쓰레기로 가득하다. 이곳 남동유수지에는 작은 인공섬이 하나 있다. 이 섬은 그 동안 송도갯벌에서 먹이를 구하러 온 저어새와 야생조류들이 쉬어가는 장소였다. 그런데 2007년부터 저어새와 야생조류들이 하나 둘 둥지를 틀기 시작했고, 2009년부터는 멸종위기종인 저어새도 본격적으로 번식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이곳을 저어새섬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 최대 번식지다.
이곳에 공장에서 나온 페기물로 조각을 만들어 놓았다. 페기물 조형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인간들이 얼마나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지 실감이 난다. 결국 그 피해가 인간 자신에게 돌아올지를 알면서도 당장의 이익을 위하여 파괴를 서슴지 않는다.
옛 추억을 생각하며 걸어간 길이 마지막에 환경파괴 현장을 보니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의 길이 되어버렸다. 몇 년 전부터 세계 각국은 마지막 남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힘을 합쳐 환경파괴를 막기를 결의 했다. 그러나 최근에 각국의 정상들은 어제의 약속을 잊어버리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시 환경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전쟁을 일으키고 자원을 무기화하고 공급망을 차단하고 태양력, 풍력보다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래세대들의 기후변화대응에 대한 염원을 뒤로한 체…… 기후위기 대응은 다른 사람이 해주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나부터라도 환경보호를 다시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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