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대 산림욕장길을 가려면 입장료를 내고 서울동물원으로 들어와 호주관 입구 또는 북문입구를 통해 이용하실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동물원둘레길과 산림욕장길의 코스를 변경하여 모두가 무료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무료로 개방된 동물원 둘레길, 즉 산림욕장을 간다.
산림욕장길은 호주관 입구에서 시작해서 선녀못이 있는 숲, 아카시아나무 숲, 자연과 함께하는 숲, 얼음골 숲, 전망대, 생각하는 숲, 쉬어가는 숲, 원앙이 숲, 독서하는 숲, 밤나무 숲, 사귐의 숲, 소나무 숲 등 12개의 테마 숲을 지나 북문입구로 내려오게 된다. 반대로 북문입구에서 시작해서 산행할 수도 있다. 초행자는 산림욕장 길 내 3개소의 샛길인 남미관 샛길, 저수지 샛길, 맹수사 샛길을 활용하여 1시간 내외로 산행코스를 조절하여 이용할 수도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앞이 보이지 않도록 미세먼지가 가득했지만 친구들과 함께 가기로 약속한 오늘은 미세먼지가 조금밖에 없어 그나마 다행이다. 대공원역 2번 출구에 도착하자 수많은 등산객들이 운집해 있었다.
수많은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어디론가 가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가는 방향으로 서울대공원을 지나 동물원을 지나자 산림욕장 및 동물원 외곽 둘레길이란 안내문이 나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입장권을 사서 동물원으로 들어가야만 이 길을 갈 수 있었는데 이렇게 무료로 걸을 수 있는 길이 생겨 다행이다.
산립욕장 입구에 가파른 계단이 보인다. 그 계단을 따라 청계산 언덕을 오른다. 청계산 언덕 너머로 멀리 관악산이 보인다,
정자에 못골산막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이곳은 서울대공원이 조성되기 전에 마을과 '선녀못'이라는 연못이 있었다. 선녀못은 바로 이 동네의 아낙네들이 낮에는 빨래를, 밤에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목욕을 하던 곳이다. 지금은 그 마을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예전의 선녀못만 재현하고 있었다.
선녀못을 지나자 아카시아 숲이 나온다. 70년대에는 온 나라의 산이 벌거숭이 붉은 산이었다. 정부는 홍수 때 산사태를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산림녹화 사업의 일환으로 산마다 아카시아 나무를 심었다. 아카시아는 뿌리를 잘 내리고 생명력이 좋아서 토양의 침식을 막는데 효과적이었다. 지금은 모든 산의 산림녹화가 완성되어 더 이상 나무를 심을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산림청에서는 아직도 70년대의 과제인 1년의 1억그루 나무를 심는 정책이 지속되고 있고 성과를 내지 못하면 징계를 당한다. 그래서 1억 그루라는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한창 자라고 있는 뿌리깊은 나무를 무작위로 베어버리고 작은 묘목을 심고 있어 오히려 산사태를 부추긴다.
삼림욕장길의 중간 지점인 3km정도되는 지점에 산림욕장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는 서울대공원이 한 눈에 조망된다. 청계산 자락에 둘러싸여 있는 서울대공원의 동물원 서울랜드, 국립현대미술관 등 다양한 시설이 보인다. 또한 정면을 바라보면 우면산이 보이고, 좌측으로는 관악산이, 맑은 날에는 63빌딩까지 보인다고 한다.
사귐의 숲에 안내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져 있다.
1. 만나면 무슨 말이든 명랑하게 먼저 말을 건네라.
2. 그리고 웃어라.
3. 그 상대방의 이름을 어떤 식으로든지 불러라.
4. 그에게 친절을 베풀라.
5.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재미있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라.
6. 상대방에게 진정한 관심을 가지라.(싫어할 사람 없다)
7. 상대방만이 갖고 있는 장점을 칭찬하는 사람이 되라.
8. 상대방의 감정을 늘 생각하는 사람이 되라.
9. 내가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늘 신속히 하라.
10. 이 모든 것에 유머와 겸손을 더하라.
하나의 공간에 살고, 매일매일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서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며 외면하는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이 참고해야 할 문구인 것 같다.
산림욕장길에는 소나무 들이 많다. 소나무 숲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특히 더 소나무가 많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산림수종이며 나무줄기가 붉어서 적송이라 부른다. 소나무 송(松)에서 오른쪽의 '公'은 소나무가 모든 나무의 위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동양에서 소나무는 장수와 절개, 지조를 상징하며 칭송을 받아왔다. 또한 예전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금줄을 쳐서 다른 사람의 출입을 제한했는데 이때 금줄에 걸리는 것이 바로 소나무 가지다. 이는 소나무의 정유 성분이 병균을 물리치는 살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소나무 숲을 끝으로 산림욕장 길을 마쳤다. 예전에는 산람욕장길을 나오는 길도 동물원의 북문이었는데 지금 무료로 개방된 길은 동물원 내부로 이어지지 않는다.
집으로 가기 위해 산림욕장길을 나와 대공원역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이제 오전에 있던 미세먼지도 말끔히 걷히고 수많은 가족과 연인들이 이 아름다운 자연을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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