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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북한산둘레길 제1구간 소나무숲길에서

세계 어디를 돌아다녀보아도 우리나라처럼 등산하기 좋은 나라는 없다. 우리는 전국의 어느 동네에 살던지 집을 나서서 10분, 20분만 걸어가면 산과 마주한다. 특히 북한산국립공원은 세계적으로 드문 도심 속의 자연공원으로, 수려한 자연경관과 다양한 문화자원이 있어 수도권 주민들이 자연 휴식처로 많이 이용한다. 또한 수도권 어디에서도 접근이 용이하여 연평균 탐방객이 500만에 이르고 있어,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국립공원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되어 있다.
북한산은 한북정맥에 속한다, 백두대간에서 뻗어 나온 한북정맥은 추가령에서 남서 방향으로 굽이쳐 내려오다 경기도 양주군 서남쪽에 이르러 도봉산을 만든다. 이곳에서 우이령을 넘어 남서 방향으로 한강에 이르러 다시 솟구쳐 일어난 산이 북한산이다. 북한산둘레길은 북한산뿐만아니라 도봉산과 사패산의 둘레를 걷는 길이다. 그 북한산둘레길의 첫번째 길 소나무 숲길을 간다.

수도권의 교통체계는 참으로 편리하다. 웬만한 곳은 지하철로 연결되어 몇 번 버스를 탈지 고민하지 않는다.북한산둘레길의 시작좀은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성신여대입구 역에서 새로 생긴 우이신설선으로 갈아타고 북한산우이역에 내리면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역에서 나와 한 곳으로 몰려간다. 나도 사람들 물결에 휩쓸려 북한산 우이령계곡으로 간다.

졸졸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와 새들의 노랫소리가 어우러져 삶의 근심과 잡념들이 일시에 사라진다. 아득히 멀리 북한산이 보인다. 조선시대에는 북한산을 삼각산으로도 불렀다. 삼각산은 북한산의 주봉인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의 3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어 그렇게 불렀다. 푸른 나무와 붉게 타오는 단풍 사이로 보이는 하얀 바위의 북한산은 신령스러움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는 쥐라기 말에 생긴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산이라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북한산둘레길 제1구간 소나무숲길이 시작된다. 북한산둘레길 1코스은 북한산에서 가장 많은 소나무를 볼 수 있어 '소나무숲길'로 불린다.

의암 손병희 선생의 묘

북한산둘레길에는 독립운동가들의 묘소가 많다. 둘레길 초입에도 의암 손병희 선생의 묘소가 있다. 손병희 선생은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천도교의 제 3대 교주다. 그는 일제에서 민족대표 33인으로 3.1 독립운동을 주도하다 체포되어 3년형을 선고 받고 투옥되었다가 풀려나 그 후유증으로 돌아가셨다. 그는 동학농민운동 때 농민군을 이끌고 전봉준과 합세하여 관군을 격파하고 동학운동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우리가 만세를 부른다고 당장 독립이 되는 것은 아니오. 그러나 겨레의 가슴에 독립정신을 일깨워 주어야 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꼭 만세를 불러야 하겠소."


이 말은 손병희 선생이 만세 직전 우이동 봉황각에서 천도교 간부들에게 다짐한 말이다. 그 말이 귓전에 울리는 듯 하다.

소나무숲길에는 종착점에 이르는 동안 거의 소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북한산에 소나무가 없기 때문에 가끔 한, 두 그루 있는 소나무가 많다고 하는 것일까? 아니면 처음에 조성할 때 소나무가 많았는데 지금은 모두 사라진 것일까?

언덕 위의 소나무가 될 수 없다면
골짜기의 관목이 되어라.
그러나 시냇가의 제일 좋은 관목이 되어라.
~
태양이 될 수 없다면 별이 되어라.
네가 이기고 지는 것은 크기에 달려있지 않다.
무엇이 되든 최고가 되어라.

             - 더글러스 맬록

 

우리가 건설하려는 새 나라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민주공화국이다.
이 민주공화국은 조선민족의 절대적 요구일 뿐 아니라 세계 대세가 요구하는 것이다.
싸우지 아니하고는 인류가 누릴 자유와 평화를 못 얻을 것인가?.

           - 여운형

 

맬록의 말처럼 한 세월을 살아오면서 나는 인류에게 도움이 될 하나의 무엇이 되었는가? 몽양 선생의 말처럼 우리나라는 완전한 주권국가인가? 세계는 자유와 평화를 위하여 언제부터 싸우지 않을 것인가? 여기저기 쓰여있는 글의 의미를 생각하고 걸었는데 벌써 소나무숲길의 마지막이다. ‘정말 소나무숲길엔 소나무가 보이지 않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거짓말처럼 울창한 소나무 숲이 나타났다. 소나무 향이 온 몸에 느껴진다.

울창한 소나무 숲인 이곳은 사유지였다. 서울의 개발 붐이 일어나자 1990년에는 이곳이 아파트 개발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칫 사라질 위기에 처한 숲을 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 보존운동을 벌였고, 1997년 서울시와 강북구가 땅을 매입하여 2004년에 솔밭근린공원으로 개장했다. 솔밭근린공원은 평지에 있다 그러기에 이른 새벽부터 해지고 조명이 켜지는 저녁까지 사람들은 숲을 찾는다. 점점 아파트공화국으로 변하는 오늘 날, 금싸라기 같은 서울 평지 한복판에 모두가 본 받을만한 공원이다.

여기가 북한산제1구간 소나무숲길의 마지막이다. 정말 짧고 쉬운 길이다. 이제 한 구간을 끝났으니 전구간을 걸을 날도 얼마 남지 않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