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말이다. 옛날 중국의 흉노는 가을이 되면 중국 북방 변경의 농경지대를 약탈하여 겨울 동안의 양식을 마련했다. 그래서 중국 북방의 사람들은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가을이 되면 흉노의 침입이 있을지 몰라 불안에 떨었다. 그러나 지금의 천고마비의 가을은 누구나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다. 지금이 바로 하늘은 높고 바람도 서늘하여 걷기에 딱 좋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가을바람에 따라 하늘에는 흰구름이 넘실거린다. 흰구름을 따라 길을 나선다.
북한산둘레길 제3구간 흰구름길 구간이다. 둘레길 걷기의 맛은 북한산둘레길을 따라 스템프를 찍어가며 걷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하여 그 꿈은 사라졌다. 스템프 지점의 스템프는 말라 버렸고 스템프를 안내하는 곳곳의 탐방소는 모두 문을 걸어 잠궜다. 그렇다고 걷는 기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직 남아있는 초록생명의 기운과 향긋한 풀 내음을 느끼며 자동차와 전기기기의 소음으로부터 해방되어 오롯이 나만의 고요를 느끼는 기쁨은 감히 그 어느 것에 비유할 수 없다.
원래 자연은 인간만의 소유물이 아니다. 수많은 종류의 동식물들이 함께 공유하며 살아가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인간이 수렵생활로부터 농경문화로 바뀌면서 인구가 급격히 늘어났다. 더군다나 금세기에는 질소비료가 발명되어 농업혁명이 일어나자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주거시설은 이미 포화상태로 된지 오래고 땅이란 땅은 모두 개발되어 아파트와 공장이 들어섰다. 동물들은 더 이상 갈 데가 없어지자 인간이 사는 영역으로 파고 들었다.
둘레길을 가다 보면 신기한 것도 보게 된다. 그 중에 하나가 둘레길 초입에 있는 연리지다. 연리지는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현상이다. 매우 희귀한 현상으로 남녀 사이 혹은 부부애가 진한 것을 비유하며 예전에는 효성이 지극한 부모와 자식을 비유하기도 한다.
가파른 오솔길 사이로 멀리 바위 산이 보인다. 산 밑 평지에는 어김없이 성냥갑처럼 흉물스러운 콘크리트 아파트들이 보인다. 땅 한 자락도 보이지 않는 공중에 떠 있는 콘크리트는 십 수억을 호가한다. 그러나 인구절벽인 지금 거품은 곧 꺼질 것이고 모두가 집 한 채를 가질 수 있는 날은 멀지 않았다.
우회도로 표지판이 보인다. 전국의 둘레길 곳곳이 개인 사유지라서 '도시공원일몰제' 시행에 따라 개인이 요청을 하면 갈 수 없게 되어 있다. 이 법은 2000년 7월 1일에 제정되었고 20년의 유예기간을 두어 2020년 7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되었다. 20년의 유예기간을 둔 것은 정부가 그 기간에 매입하여 공원화를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럼에도 정부는 매입을 계속 다음 정부에 미뤄왔고 땅값이 오를 대로 오른 시점에는 매입이 불가하여 이렇게 우회할 수 밖에 없다.
지나온 길을 표지판을 잘못 해석하여 오던 길을 되돌아 사유지로 들어가고 말았다. 우회도로 표지판을 붙여 놓을 때에는 그와 함께 방향지지판도 함께 붙여놓아야 실수를 하지 않을 것 같다.
개들이 꼬리를 흔들며 따라온다. 누군가 애완견으로 키우다 버려진 것이 이렇게 야생의 들개가 되어 방황하게 되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애완견 등록제를 시행하여 주민세처럼 개마다 세금을 물리고 보험을 들게 한다. 그 세금으로 정부는 더욱더 동물의 복지를 위하여 노력을 하고 소유주는 소유주대로 동물에게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둘레길 중간에 화계사라는 절이 있다. 화계사는 고려광종 때 법인탄문 대사가 화계사 인근에 창건한 보덕암을 지금의 자리로 옮겨 짓고 이름을 화계사라 개명한 절이다, 광해군 10년에는 화재로 전소된 것을, 이듬해 도월선사가 덕흥대원군 이초가문의 시주를 받아 중건하였고, 고종 때 용선과 범운선사가 흥선대원군의 시주로 중수한 것이다.
잃은 것과 얻은 것
잃은 것과 얻은 것
놓친 것과 이룬 것
저울질 해보니
자랑할게 별로 없구나
내 아느니
많은 날 헛되이 보내고
화살처럼 날려보낸 좋은 뜻
못 미치거나 빗나갔음을
하지만
누가 이처럼 손익을 따지겠는가
실패가 알고 보면 승리일지 모르고
달도 기우면 다시 차오느니.
- 롱펠로우
흰구름길에 포토포인트는 흰구름전망대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하여 전망대에 오르는 것을 막아 놓았다. 하는 수 없이 나뭇가지 사이로 간신히 비친 흰구름 없는 산봉우리만 바라본다. 흰구름 길에서 가장 좋은 전망을 볼 기회를 놓쳤다.
이곳 주변이 빨래골이다. 이곳은 예로부터 북한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의 양이 많아 무너미'라 불렀다. 무너미란 저수지의 물을 저장하기 위하여 둑을 쌓아놓고 한쪽의 둑을 조금 낮추어 물이 넘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 깨끗한 물 아래 자연적으로 마을이 형성되었고 대궐의 무수리들이 빨래터를 이용하면서 빨래골이라 불리게 되었다.
어느덧 북한산둘레길 흰구름 구간의 종료지점이다. 초반에는 힘들지만 걷고 나면 개운하다. 북한산 생태공원을 지나 계속 아래로 내려가는 머지 않은 곳에 지하철 솔샘역이 있다. 새로 생긴 우
이신설선 지하철 전동차를 타고 쉽게 귀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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