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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북한산둘레길 제5구간 명상길에서

명상이란 희노애락애오욕의 감정으로부터 해방되어 순수한 마음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순수한 마음의 상태에 이르면 우리는 어떠한 고통과 욕심도 없는 평온한 나를 얻는다. 명상을 하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잡음이나 방해가 없는 깊은 산에 들어간다. 아침저녁에는 기온의 차가 심한 계절이다.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씨다. 거기에 두 달 전 맞은 백신으로 인하여 온 몸이 쑤시고 그 통증 때문에 밤에는 잠을 잘 수가 없다. 이럴 때는 명상이 최고의 치료법이다.

이번에는 북한산둘레길 5구간 명상길이다. 북한산탐방안내소를 지나 정릉주차장에서 청수사 입구로 진입하면 명상길 구간이다.

 

초입부터 계단이 가파르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것은 콘크리트 아파트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30년, 40년 후면 저 아파트들은 모두 노후화 되어 부숴질 것인데 그 때 나오는 콘크리트와 폐자재들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미래 세대가 걱정이 된다.

 

명상길 전망대다. 파노라마 사진을 찍는 사람, 쪼그리고 앉아 무언가 관찰하는 사람, 그저 묵묵히 먼 곳을 응시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곳이 명상길의 포토 포인트다. 탁 트인 난간 너머로 연녹색과 갈색의 물결이 출렁거리고 그 물결 너머너머로 회색 빛 산들이 병풍을 두르고 있다. 병풍너머에 푸른 하늘의 빛이 조화롭다. 멋진 가을의 풍경이다.

명상길 둘레길의 경사는 가파르다. 난이도 '상'의 구간이다. 그러나 오르막이 있으면 언제나 내리막이 있다. 그러나 곧바로 내리막이 오면 몸은 지친다. 이렇게 유유자적 걸을 수 있는 평지가 나와야 산을 오르는 맛이 있다.

나무의 윗동은 모두 잘려져 없어지고 밑동만 남아 길목을 지킨다. 밑동의 크기를 보아 꽤 오랜 세월을 견뎠을 것 같다. 그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시련과 풍파에 시달렸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 그 시련과 풍파를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무념, 무상의 힘을 얻게 되었을까?

높은 산까지 오를 수 있는 물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이 물로 인하여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들이 숨을 쉬고 생명을 유지해 나간다. 그러나 인간은 그 은혜를 저버리고 그 물을 오염시키고 있다. 결국 자기자신에게 해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도 망각한 체.

둘레길에서

소유하고자 하는 갈망을 줄여라!

"나는 광고지를 읽지 않는다. 그것을 읽게 되면 종일 부족한 것을 생각하게 되고 그것을 원하게 될 테니까?"

- 프란츠 카프카-

이제 종착점까지 끝없는 내리막이다. 길을 거슬러 오는 사람들의 숨소리가 가쁘게 들린다. 내가 반대편 길을 올라올 때 느꼈던 것처럼.

내리막길 마지막 지점에 커다란 바위가 있다. 보통 저렇게 큰 바위는 큰 바위끼리 모여서 군락을 이루는데 풀 나무가 무성한 곳에 바위 하나만 있다. 그것도 모하나 없는 둥근 바위가 마치 우주에서 떨어진 것처럼 영험하게 놓여있다. 그곳에 어김없이 탑과 소원을 빌었던 흔적이 보인다. 신앙은 항상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오묘한 모습 속에 슬며시 찾아온다.

명살길 마지막 구간이다. 생각이란 유유자적 걸을 수 있는 곳에서 산책하며 하는 것인데 이렇게 가파른 길 위에서 어떻게 ‘명상길’이란 이름을 지었을까? 하지만 오르고 내려오는 것만 생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것, 무념무상 또한 명상보다 더 정신을 맑게 하는 방법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