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인간이 생활하는 공간도 역시 자연이다. 도시인들은 꿈을 꾼다. 작은 뜰과 연못, 동산이 있으며 작은 연못 속에는 물고기들이 노는 넓은 정원이 있고 큰 유리창 밖으로 병풍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그런 집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정작 그런 집에 살다 보면 많은 난관에 부딪힌다. 통 유리창을 수시로 닦아야 하고, 매일매일 정원의 잡초를 제거해야 하고, 평생 동안 똑같은 풍경에 질리기도 한다. 하지만 작은 집에 살면서 여행이란 취미를 가지면 온 세상이 내 집이고 온 세상이 정원 그 자체다. 특히 산길을 여행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평생에 기억할만한 멋진 풍경을 접하기도 한다,
오늘은 숲 위에 놓여있는 구름다리를 따라 탁 트인 도시풍경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북한산둘레길 제 8구간 구름정원길을 간다. 몇 걸음 올라오지 않아서 은평구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마치 구름정원에 앉아서 내려다 보는 것 같다. 이렇게 산에 올라 세상을 바라보면 아름다운 산의 능선과 하늘빛이 저토록 아름다운데 성냥갑처럼 치솟은 콘크리트 아파트 속에 사람들은 이 느낌을 알까? 사람들은 일시적인 편리를 위해 이토록 아름다운 전경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버렸다.
구기터널 상단지역의 계곡을 횡단하는 길이 60미터의 테크 길에서 밑에서 바라보던 나무를 위에서 내려다 본다. 탁 트인 가을의 하늘과 울창한 숲, 도시의 풍경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구름 위를 걷고 있는 듯 착각을 한다.
산 까마귀가 무리 지어 날아든다. 까마귀는 우리나라에서는 죽음을 상징하는 흉조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위험이 다가옴을 미리 알려주어 죽음을 피할 수 있는 길조로 여겨진다. 똑같은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극과 극의 관념이 생겨난다.
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나무가 크게만 자라는 것과 다르다.
참나무가 삼백 년 동안이나 오래 서 있다가
결국 잎도 피우지 못하고 통나무로 쓰러지느니
하루만 피었다 지는
오월의 백합이 더 아름답다.
비록 밤새 시들어 죽는다 해도
그것은 빛의 화초요 꽃이었으니
작으면 작은 대로의 아름다움을 보면
조금씩이라도 인생은 완벽해지지 않을까?
- 맨존슨의 고귀한 자연
북한산 선림사 주변의 단풍이 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남은 단풍은 마지막 빛을 내 뿜는다.
선림(禪林)이라는 이름은 '깨달음의 숲'을 뜻한다. 북한산의 웅장한 산세를 보며 고요한 숲 사이에 서 있다 보면 정말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 같다.
장엄한 북한산의 봉우리와 갈대가 어우러져 멋진 가을의 정취를 자아낸다. 바람이 이리로 불면 이리로 갔다가, 저리로 불면 저리로 가는 갈대처럼 나도 세상이 이끄는 대로 이렇게 흘러 흘러 인생의 많은 부분을 보냈다.
이곳은 조선시대 내시부 상약 신공의 묘역이다. 상약이란 궁중에서 쓰는 약에 관한 일을 맡은 내시부 종3품의 환관직을 일컫는다. 자신의 후손이 없이 오직 왕만을 위해 바친 인생, 여기 잠들어 있는 내시부의 삶은 행복했을까? 내시부 묘역을 끝으로 긴 구름정원길의 길을 마무리한다. 다음의 길은 마실길이다.
'둘레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산둘레길 제10구간 내시묘역길에서 내시의 삶을 생각하다 (0) | 2021.12.20 |
---|---|
북한산둘레길 제9구간 마실길에 마실을 가다 (0) | 2021.12.19 |
북한산둘레길 제7구간 옛성길의 가을 빛 (0) | 2021.12.17 |
북한산둘레길 제6구간 평창마을길 속 그림같은 집 (0) | 2021.12.15 |
북한산둘레길 제5구간 명상길에서 (0) | 2021.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