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의 중요한 덕목은 충과 효다. 유교에서는 사회나 국가가 존립하기 위해서는 충과 효가 근원이다. 그 중에서도 효는 유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자식은 어떠한 경우라도 부모의 뜻을 따라야 한다. 효는 부모가 살아있어서뿐만 아니라 죽은 뒤에도 섬겨야 한다. 유교사회인 조선시대에서는 부모가 죽으면 탈상을 할 때까지 3년 동안 묘소 근처에 움집을 짓고 시묘살이를 해야 비로소 효자가 된다.
효자 박태성과 호랑이의 전설이 깃들여 있는 효자동에 위치한 북한산둘레길 제 11구이다. 조선시대 한양에 박태성이란 효자가 살았다. 그는 매일매일 돌아가신 아버지의 묘소를 다녔다. 그 효성에 호랑이도 감복하여 어느 날 호랑이는 박태성을 등에 태우고 묘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 뒤 40년간 한결같이 박태성을 태워주었는데 나이가 들어 태성이 죽고 찾아온 호랑이도 죽어 함께 비를 만들고 이 동네를 효자동이라 불렀다고 한다.
초겨울 비가 스치고 지나간 효자동에는 단풍은 떨어져 풀 숲 위에 뒹굴고, 거리에는 낙엽이 쌓여 색다른 낭만의 거리를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양지바른 곳에 자라는 단풍나무의 나뭇잎은 아직 나무에 매달려 못다한 마지막 정을 나누고 있다.
조선시대 자식은 독립적인 인격체가 아니라 부모에게 맹목적으로 순종하여야 하는 보모의 소유물이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는 부모가 많다. 그런 부모는 자식의 행복은 아랑곳하지 않고 부모의 욕심을 위해 자식을 소모품처럼 취급한다. 우리 주변의 아이들 중 그런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하고 때로는 패륜을 저지르는 아이를 본다. 아이를 의사를 만들고 법관을 만드는 것이 과연 아이를 위한 일일까? 자신의 사회적 체면을 위해 아이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아이는 부모와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고 아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살피며 키워야 한다.
효자길의 포토 포인트인 Y자 나무다. 처음에 이 나무가 왜 포토 포인트로 지정이 되어 있는지 의문을 가졌다. 지도를 살펴보니 이 근처 어딘가에 박태성비가 있어서 포토 포인트라고 이름 붙인 것 하다.
쉼터가 있다. 휴일이면 사람들이 북적이었을 이곳에 나 혼자 외에 아무도 없다. 지나간 산사람들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한참 동안을 아무도 없는 길을 외롭게 걸었더니 사람들의 소리가 그리워지나 보다. 산길을 내려와 밤골지킴터에 다다르니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사람들이 반갑다.
예전에도 이 길을 걸었는데 그때의 길과 지금의 길은 많이 변했다. 사유지를 돌아서 길을 우회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각 둘레길 부근의 사유지를 국가가 무단으로 사용하는 문제는 예전부터 있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2000년도에 도시공원 일몰제가 제정되면서 2020년 7월까지 20년동안 유예해 주면서 각 지자체가 시간을 두고 매입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싼 값에 매입할 수 있었던 토지를 20년동안 각 지자체는 다음 정부에 미루고 또 미루면서 결국 도시공원일몰제가 시행되었다. 이미 엄청나게 올라버린 땅 값을 국민의 세금으로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앞으로도 예전의 북한산둘레길이 아닌 체로 그대로 둘 것인가?
'둘레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산둘레길 제13구간 송추마을길에서 고향의 정취를 느끼다 (0) | 2021.12.26 |
---|---|
북한산둘레길 제12구간 충의길에서 충의 의미를 되새기다 (0) | 2021.12.25 |
북한산둘레길 제10구간 내시묘역길에서 내시의 삶을 생각하다 (0) | 2021.12.20 |
북한산둘레길 제9구간 마실길에 마실을 가다 (0) | 2021.12.19 |
북한산둘레길 제8구간 구름정원길에서 구름 위를 걷다 (0) | 2021.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