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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인천둘레길9코스 청량산•봉재산 코스

캐나다의 한 주에서 실험을 시행했다. 사람들을 2개의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룹 내 모든 사람에게 각각 20달러를 나누어 주었다. 한 그룹은 자기 자신을 위해 선물을 사는 데 쓰라고 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타인을 위해 돈을 쓰거나 기부하라고 한다. 과연 2개의 그룹 중에 누가 더 행복해 할까? 놀랍게도 타인을 위해 돈을 쓴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돈을 쓴 사람보다 훨씬 더 행복감을 느꼈다. 요즘 둘레길을 가다가 보면 사유지란 이유로 둘레길을 다니지 못하게 막아 놓았다. 타인의 행복을 가로막는 그 산 주인들은 과연 행복할까?

이번 길은 인천둘레길 9코스, 항구도시 인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걷는 길, 청량산•봉재산 코스인 연수둘레길이다.

[거리] 8.12km
[시간] 3시간 5분

인천환경공단 - 봉재산 - 청량터널 윗길 - 뱀사골약수터 - 숲 유치원 - 청량산병풍바위 - 청룡공원 - 송도역 - 노적봉 - 연경정 - 삼호현

원래 이 길은 사오지고개(삼호현)에서 인천환경공단 쪽으로 걷는 길이지만 도착지와 출발점을 반대로 걷는다.

 

인천환경공단

인천1호선 동막역 3번출구에서 서쪽으로 조금 가다 보면 인천환경공단이 나온다. 인천환경공단은 인천광역시의 하수종말 및 위생처리장, 폐기물 소각시설, 음식물 자원화 시설, 가축 분뇨 공공처리시설 등을 관리 및 운영하는 지방 공기업이다. 서울과 경기도의 쓰레기 매립지는 포화상태가 되어 대부분의 쓰레기들이 인천으로 모여든다. 인천의 쓰레기 매립지도 이미 포화상태다. 4년 후가 되면 서울에서 발생되는 쓰레기는 더 이상 태울 곳도 묻을 곳도 없다. 정부에서는 쓰레기 처리하는 방법보다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더 심각하게 고려할 때다.

 


인천환경공단에서 봉재산으로 접어들어 얼마 못 가서 커다란 울타리가 앞 길을 막는다. 1999년 10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사유지를 매입하여 공원 설립을 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뒤 20년의 유예기간이 지나도록 어느 정권도 도시공원 조성을 위해 사유지를 매입하지 않았다. 결국 사유지는 도시공원에서 해제되어 소유자 마음대로 길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길이 막히면 둘레길 표시를 다른 곳으로 유도해 놔야 되는데 표시판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는지 또는 찾기 어렵게 되어 있는지 결국 가던 길을 되돌아 길을 간다.

 


결국 길을 돌고 돌아 청량터널 위쪽에 올라섰다. 제대로 왔으면 봉재산을 타고 이곳에 도달했을 것인데 인천둘레길의 표시판이 아쉽다.

동춘동 해안가에 자리잡은 봉재산은 해발 103미터의 야트막한 산으로 청량산에서 이어진다. 해발 100미터 남짓의 봉우리 4개가 남북으로 흐르는데 남쪽, 서쪽으로는 서해바다가 접해있고, 북쪽으로는 청량산이 동쪽으로는 동춘동 일대의 아파트단지가 맞닿아 있다. 옛날 이 산에서 주민들이 기우제를 자주 올렸다고 한다. 제사를 받드는 산이라는 의미에서 봉제산(奉祭山)으로 부르고 있다.

 

 

 

무더운 여름 한 낮 꽤 넓은 규모의 억새 밭이 펼쳐진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억새 물결아 너울거린다. 드넓은 억새의 춤사위에 어느새 한 낮의 더위는 사라져 버린다.

 

 

억새 밭 옆쪽으로는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토길이 보인다. 건강을 생각하는 인천 시민들이 많이 이용할 것 같다.

 

 

 

'해넘이공원'이라는 표석이 보인다.  '해넘이공원' 이라는 표석이 무색하게 볼품 없게 삐죽삐죽 솟아 있는 아파트만 솟아 있다. 아파트만 없었으면 인천대교의 웅장한 모습과 바다로 넘어가는 붉은 노을이 한 폭의 그림일 것인데 경관을 생각하지 않고 무분별한 개발이 멋진 경치를 망쳤다.


봉재산 북쪽으로는 벚나무들이 우거져 있다. 벚꽃이 피는 4월초에 왔으면 이 또한 장관일 것 같다.

 

 


봉재산 북쪽의 청봉교를 건너면 바로 청량산으로 이어진다. 청봉교는 청량산과 봉재산의 첫 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인 것 같다.

 

 

 


연수구 한 복판에 우뚝 솟아 있는 청량산은 해발 157미터로 산세가 깨끗하고 아름답다고 해서 붙인 이름으로 청룡산, 청릉산, 척량산 등으로 불린다. 청량산은 고려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화상이 고려 우왕2년 이 산에 흥륜사를 지으면서 산 이름도 함께 지었다고 전해온다.


청량산 중간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곳이 뱀사골 약수터라 한다. 수질이 불량이고 수량이 적어 2015년에 폐쇄되었지만 졸졸 흐르는 물에 조금이나마 더위를 식혀보려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 같다. 

 

 


청량산 아래에 노랫소리가 들리고 중간중간에 박수 소리도 들린다. 왠 노래자랑인가 하여보니 이곳에서 동호인들이 노래와 색소폰을 분다. 이곳이 청룡공원이다.

 

봉경사
연수청학도서관

 

 

 


마지막 종착지인 삼호현을 가기 위해 도심을 지나 연경산을 오른다.  연경산은 문학산 서쪽에 있는 봉우리로 그 서쪽에 노적봉이 있으며 '학이 날개를 편 모양'이러고 하여 학익산(鶴翼山) 또는 청명산이라 한다. 30도 여름 무더위에 거의 몸이 지쳐갈 무렵 정상에 접어든다. 그 지점에 연경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지난 8코스에서 만났던 삼호현을 다시 만났다. 삼호현은 사모지고개, 삼해현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4세기 전성기를 이룬 백제 근초고황은 고구려와 전쟁 중에 고국천왕을 죽였다. 그 후로 백제와 고구려는 원수가 되었다. 그 결과 중국과의 교류를 위해서는 바닷길을 개척해야만 했다. 당시 중국으로 출항하는 곳이 연수구에 있는 나루터였고 이곳 삼호현은 남동구 별리현 또는 성현을 거쳐 항구로 가는 주요한 교통로였다. 중국으로 가는 사신을 배웅하는 가족들이 서로 세 번 인사를 나누며 작별을 했다고 하여 세 번 불렀다는 의미로 삼호현 이하고 했는데 이 후 연음화되어 사오지고개로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예정된 8.12km보다 길을 돌아 돌아 무려 6km를 더 걸었다.  무덥고 힘든 산행이었지만 친구가 있어 그 시간이 즐거웠다. 고교에 들어와서 처음 알게 된 고교 동창친구들은 벌써 45년지기가 되었다. 사화에서 만난 친구와 달리 이익추구가 아닌 순수 우정으로 만나는 친구들이다. 힘은 들었지만 자신보다는 남의 행복을 더 기원해 줄줄 아는 고교 친구와 함께한 오늘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