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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누리길

편안하고 쉬운 길 독산자락길

서울근교에 편안하고 쉽게 걸을 수 있는 산길은 없을까 생각하다가 우연히 독산 자락길을 알게 되었다. 기회를 틈타 그 길을 걷기 위해 길을 나선다.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독산동 골목을 지나 따스한 봄볕을 맞으며 꽃 길을 걷다 보면 영남초등학교가 보인다. 이곳이 독산자락길의 시작이다.

학교 정문 왼쪽 좁은 길 사이로 난 담장에 걸어놓은 이규보와 남이 장군의 시를 감상하며 걷다 보면 독산자락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나온다

 

백두산석마도진 白頭山石磨刀盡
두만강수음마무 豆滿江水 飮馬無
남아이십미평국 男兒二十未平國
후세수칭대장부 後世誰稱大丈夫

 

백두산 돌은 칼을 갈아 없어졌고

두강강물은 말을 먹여 없어졌네.

남아 20에 나라를 평정하지 못하면

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말하리오.

 

남이 장군은 이 시 하나로 반역의 모함을 받고 참수를 당했다. 이 얼마나 억울한 죽음인가? 우리는 어떤 경우라도 남이 오해를 살 만한 말이나 글을 남겨서는 안된다.

 

갑자기 필자도 누군가 오해를 하는 글을 쓰지 않았나 공연히 걱정이 된다.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는 완만한 산책로와 같은 등산길, 그  길을 수놓는 아름다운 꽃들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진하지 않은 녹색, 연두색의 물결, 그 연녹색 사이로 산벛나무가 살포시 고개를 내민다.

맨발로 걷고 싶은 황토 길을 지나니 금천정 전망대가 나를 오라 손짓을 한다.

금천전망대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본다.

눈에서 멀어져 간 콘크리트 건물!

몇 발자국만 걸어 이렇게 산에 오르면
그 답답한 사각의 건물에서 벗어나건만
우리는 무엇을 위해 스스로를 옭매는가.

미니구름다리인 산울림다리를 건너
호압사를 향해 길을 걷는다.

점점 멀어져 가는 치열한 삶의 현장!
그 곳을 뒤로하고 유유자적 길을 걷는다.

하늘에는 비행기가 빠르게 날건만
나는 아랑곳 않고 유유히 세상을 거닌다.

나보다 더 느리게 움직이는
산 길의 꽃 나무들!

어쩌면 저 식물들이 동물보다 더 영리한지 모른다.

저 식물들은 먹이를 찾기위해
바쁘게 움직일 필요도 없고
오직 한 곳에서 천천히
때를 기다린다.

그들은 태고적부터
순리에 거스르지 않고

오직 자연에 순응하며
그렇게 이곳을 지켰다.

독산자락길의 종점인 호압사다.

호압사는 금천구의 유일한 전통사찰이다.

이곳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태조가 처음 한양에 도읍을 정할 때 꿈에 반은 호랑이인 괴물이 나타나 눈에 불을 뿜으며 건물을 들이 받으려고 하였다. 이에 군사들이 화살을 쏘아댔지만 괴물은 아랑곳하지 않고 궁궐을 무너뜨리고 사라졌다. 태조가 침통한 마음으로 침실에 들었을 때 어디선가 "한양은 비할 때 없는 좋은 도읍지로다."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니 한 노인이 있어 묘안을 물었다.

그 노인이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가니 호랑이 머리를 한 산봉우리가 한양을 굽어보고 있었다, 꿈에서 깬 태조는 무학대사를 불러 말을 전하였고, 무학대사는 호랑이 기운을 누르기 위해 호암산에 호압사를 창건하게 되었다고 한다.

독산자락길의 종점은 산중에 있다. 

 

다시 집으로 가기위해 오던 길을 돌아갈 수는 없다.

이곳 독산자락길의 종점은 서울둘레길과 호압사 산책길이 겹친다.

나는 서울둘레길을 따라 석수역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호압사 산책길에 난 테크로드를 따라 사람들이 산책을 한다.


그 길에 갖가지 색채의 꽃들이
향연을 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소원이 쌓이고 쌓여 돌탑이  하늘에 닿는다. 하늘에 닿은 소망은 그 소원을 비는 사람의 머리와 가슴에 각인되어 믿음이 되고 인내의 밑거름이 된다.  그리고 끝내 그 소원이 현실로 이루어진다. 스스로의 믿음 안에서.

그렇게 유유히 걷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흘러흘러
석수역엔 어둠이 내려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