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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누리길

걷기 쉬운길, 편안한 길, 관악산 무너미 고개길

관악산에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전혀 없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길, 편안한 길이 있다. 바로 관악산과 삼성산 사이로 난 무너미 고개길이다. 또한 주변에 나무와 물이 많아서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따라 걸을 수 있고, 가을이면 색색의 단풍을 보며 걸을 수 있다. 오늘은 그 길을 소개한다.

서울대입구역 3번출구에서 10여 미터 지나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그곳에서 5511버스를 타고 서울대학교 정문에서 내려서 관악산 공원으로 향한다. 서울대학교 입구에는 주말이면 수많은 인파가 몰린다.

국내의 어느 등산복 업체가 독일의 유명한 등산복 제조업체로부터 수입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독일 업체는 독일에서 여가를 즐길 줄 모르고 주말도 없이 일하는 한국인들을 보고 한국에 등산객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찾아온 바이어에게 가격 협상에 전혀 응하지 않았다. 한국 업체는 그 제조업체의 사람들을 한국으로 초청했다. 그리고 주말에 이곳 관악산 입구로 데리고 나왔다. 주말이면 형형색색의 등산복을 입고 발 디딜 틈 없이 관악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고 독일인은 제 스스로 가격을 할인해서 공급해 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해외에 나가 보면 우리나라처럼 첩첩 산이 둘러싸인 곳은 보기 드물다. 주말이면 우리는 신선한 공기와 그늘을 선사에 주는 산, 그 산이 좋아 산에 오른다. 오늘은 평일이라 관악산공원 입구에는 그렇게 많은 등산객은 보이지 않는다.

관악산 호수공원

관악산 공원 입구에서 15분 정도 푸른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관악산 호수공원을 가리키는 팻말이 보이고 조그만 연못이 보인다. 예전에 있던 콘크리트 수영장을 개조하여 그 자리에 연못을 만들고 관악산 호수공원이라 이름 지었다.

 

외국에서는 이런 곳을 호수(lake)라고 부르지 않는다. 호수는 모름지기 수평선이 보여야 호수라고 부른다. 그들은 이런 곳은 그저 연못(pond)라 부른다. 극심한 가뭄에 푸른 녹조가 가득한 호수에 푸른 나무가 투영되어 호수는 더욱 푸르게 보인다.

여느 해 같으면 물놀이하는 사람들이 계곡에 가득했지만 이 사진을 찍을 당시에는 가뭄으로 완전히 물이 마른 탓에 계곡은 애타게 비를 기다리는 잡초들만 무성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관악산 초록 그늘 숲길을 따라 길을 걷는다.

 

관악산에는 이 산 북쪽 기슭 낙성대에서 출생한 강감찬 장군의 얽힌 전설이 많다,

강감찬이 하늘의 벼락 방망이를 없애려 산에 오르다 칡넝쿨에 걸려 넘어져 벼락 방망이 대신 이산의 칡을 모두 뿌리째 뽑아 없앴다는 전설도 있고, 작은 체구인 몸무게가 무거워 바위를 오르는 곳마다 깊게 패었다는 전설도 있다. 물이 없는 칡이 잘 자리지 못하는 환경과 바위 곳곳에 아기발자국 같은 타원형 자국이 보여 사람들이 만든 전설이 사뭇 그럴듯하게 보인다.

시내와 숲은 확실히 기온이 다르다.

무더운 여름 날씨에는 시원하고 추운 겨울에는 따뜻하고 포근하다. 시내처럼 아스팔트와 차에서 내뿜는 더운 열기도 없고, 태양이 없어지면 금방 차가워지는 콘크리트 바닥도 없다. 여름에는 차가운 땅의 냉기로 시원하고 겨울에는 땅에서 나오는 따뜻한 온기로 언제나 걷기에 좋은 환경이 된다. 또한 나무에서 내뿜는 시원한 산소를 들이 마시면 속세의 모든 시름이 없어지고, 저절로 힘이 솟구치는 듯 한다.

좌측으로 가면 연주대 등산로다. 이곳에서 걸어오던 대다수 사람들은 연주대로 향한다. 나는 어려운 등산보다 쉬운 길이 좋다. 오르막이 없는 무너미고개는 앞으로 계속 직진하면 된다.

이 세상 모든 생명은 결코 저절로 생겨난 것은 없다.

 

저 하찮게 보이는 들꽃도 습도, 온도, 바람, 햇빛, 공기, 어느 것 하나도 조건이 맞지 않으면 지금 저 자리에 없다. 하물며 우리 인간이라야 두 말할 나위도 없다.

누군가는 우주의 수조개의 별 중에 현미경으로 봐야 보일 듯 말듯한 지구 안에 티끌보다도 작은 하찮은 존재라 말을 하지만 지구의 모든 생명은 온 우주의 모든 기운을 함께 느끼는 우주 그 자체다.

무너미 고개를 갈 때는 특히 이곳에서 조심해야 한다, 

 

저 쪽으로 가면 삼막사, 이 쪽으로 가면 무너미 고개, 길은 또 갈라진다. 무너미 고개는 삼성산과관악산 사이로 난 계곡길이다. 그러나 무너미 고개라고 쓰여진 팻말을 따라 계속 직진하면 낭패다. 그대로 가면 산 정상으로 올라가 버린다. 사실 왼쪽으로 가자마자 50여미터 앞에서 오른쪽 1시 방향으로 꺾어서 가야만 했다. 그러나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 무리저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그들이 답해주는 방향을 따라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그것은 실수였다.

무너미고개만 넘으려 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우연히 정상으로 가게 되었다. 팻말을 조금만 신경을 써서 표시를 해 놓아야 하는데 모든 길손들이 여기서 우왕좌왕 헷갈리고 있었다. 그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의 말을 그대로 믿고 직진을 해 버렸다.

 

인생은 정해진 길을 따라 가다가 남의 말만 믿고 실수로 간 길, 예상치 않은 길에서 생의 참 맛을 느낀다. 그리고 인생이 무엇인지 제대로 깨닫는다. 그런 실수를 다시는 안 하겠다고 다짐하고 또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것이 인생이다, 그러나 그 잘못된 길, 생각지도 않은 이 길에서 정상을 밟는 묘미를 느낀다.

길손에게 다시 무너미고개를 가는 길을 물었다. 무너미 고개는 정상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 길손이 가르쳐준 방향을 따라 무너미 고개를 찾았다. 이제 정해진 길을 따라 무너미 고개길을 걷는다.

 

참 쉬운 길을 놔두고 나는 왜 무리를 따라 그곳으로 향했을까?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생각보다 남의 생각을 더 믿는다. 특히 대부분 사람들이 틀린 것을 맞는다고 우기면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은가 의심을 하게 되고 검은 것을 희다고 하는 무리를 따라 행동한다. 그것은 홀로 남겨지면 맹수의 공격 대상이었던 원시시대부터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무의식의 본능이다.

삼성천의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설치된 보
아름드리 나무들과 유리온실

무너미 고개를 넘어 계곡을 따라 어느 정도 걸어가면 서울대학교 관악수목원이 나타난다. 단정하게 정돈된 길 이 곳부터 서울대 수목원이다.

어떤 수목들이 자라고 있는지 들어가서 보고 싶지만 모두가 출입금지다. 안내문에 따르면 전체 수목원 부지중 1.7%에 해당하는 면적이 서울대학교 농대의 연구와 교육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출입이 제한된다. 가득한 호기심을 뒤로한 채 서울대학교 농대 수목원을 나온다.

서울대학교 관악 수목원을 나오자 안양유원지로 이어진다. 이곳을 걸었던 때는 깊은 물에 풍덩 뛰어들고 싶은 여름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 물은 메말라 무릎도 차지 않는다. 그래도 아빠의 손을 잡은 아이는 마냥 즐겁게 보인다.

그 당시는 물이 없는 야외 수영장과 인공폭포를 바라보며 비가 오기를 기원했다.

 

그러나 지금은 두 번의 연속된 태풍으로 남부지방에는 엄청난 물 폭탄이 쏟아졌다.

 

모든 것이 어제와 같고 항상 같은 날씨만 계속된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단조로울까?

 

폭서와 장마의 연속, 우리는 그것을 힘들어 하지만 그것이 온 생명이 살아가게 만드는 에너지의 근원이고 진정한 여름다움이 아니겠는가?

김중업 건축 박물관

시원한 그늘과 평이한 길로 이루어진 걷기 쉬운 길, 관악산 무너미 고개길!

 

종착지는 안양예술공원 입구에 있는 김중업 건축박물관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고 쉽게 걸을 수 있는 관악산과 삼성산 계곡 사이로 난 무너미 고개길을 걸었다. 10km 거리의 서울과 안양을 관통하는 길이었지만 전혀 길게 걸은 느낌이 들지 않은 행복한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