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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누리길

3년전 걸었던 사라져가는 염리동 소금길

이대입구역 5번출구를 나오면 디자인으로 행복해진 마을 염리동 소금길이 있었다.

 

능소화길, 해당화길, 해바라기길, 옥잠화길, 쑥부쟁이길, 라일락길, 다양한 이름이 붙여진 정다운 길이였다.

 

그러나 지금 이곳은 한창 개발이 진행되어 이 길을 다시 볼 수 없다. 

3년전 나는 이 염리동 소금길을 걸었었다.

 

그 날 찍어두었던 사진을 다시 꺼내어 3년전 이길의 추억을 기록한다.

30여년전에도 친구의 초대로 이길을 걸었었다. 친구가 고교 졸업 직후 어린 나이에 결혼한다고 했을 때 양가 부모는 극구 반대했었다. 급기야 친구는 약을 먹고 3일 후에 깨어났지만 그래도 양가 부모는 승낙을 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친구는 양가부모의 허락 없이 신혼 살림을 이곳에 꾸렸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친구 중에 가장 성공했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잉꼬부부인데 그때는 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

하늘 아래 첫 동네,
달을 바라볼 때 같이 바라보는 곳,
언제나 범죄가 끊이지 않았고
바바리맨이 자주 나타나던 곳,


그곳이 이렇게 변했었다.

이곳의 옛 이름은 소금마을.

염리동은 마포나루에서 소금을 지고 서울에 소금을 공급 한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10년전 이곳에는 소금 장수는 없고 돈 없는 대학생들과 돈벌이를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동네에 있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고 어두운 골목에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사건 사고에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었다.

그런 염리동에 2008년부터 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서울시의 범죄 예방 디자인 프로젝트로 이곳을 시범사업지로 선정해 소금을 테마로 한 다양한 범죄예방 디자인 프로그램이 실행된 것이다..

담장마다 꽃덩쿨과 함께 아름다운 글을 새기고 다양한 색채의 그림들이 그려졌다.

콘크리트 계단에도 웃는 얼굴의 그림과 꽃을 그리고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없앴다.

모든 길마다 능소화,  해당화,  해바라기,  옥잠화,  쑥부쟁이,  라일락 등 꽃이름의 길을 만들어 놓고 그에 맞는 꽃들을 담장에 심고 그렸다. 그랬더니 어두운 산비탈 골목길은 하나의 정뭔이 되었다.

또 힘들고 가파른 미로처럼 연결된 좁은 골목길은 신체 부위별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기구와 안내판을 설치했다. 이 길을 따라가면 웬만한 운동이 너끈히 되었다.

오래된 광고 포스터를 붙여놓고 옛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제 혼자가도 골목길이 무섭지 않게 되었다. 아름다운 정원을 걷고있는 기분이 들테니까.

사람들의 정도 더욱 더 넘쳐 흘렀다.

아이들의 표정은 밝아지고 더욱 힘이 넘쳐 흘렀다.

예전 시골에서 보았던 이발소 모습도 정겨웠다.

그렇게 디자인을 적용해 소금길 조성 후 실재 범죄율도 상당폭 줄어졌었다. 변화는 조그만 아이디어로 시작된다. 큰 돈을 들이지 않아도 작은 것부터 관심을 갖고 시행해 나간다면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도 생기고 범죄율도 줄어들고 결국은 우리모두 행복해 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곳이 재개발로 모든것이 새롭게 변했다. 다시 밤에 걷기가 두려워지는 길이 되어 버렸다. 3년전 걸었던 그 길이 다시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