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에 간다.
오랜만이다.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모든 것을 잊은 채
길을 떠난다는 것이.
철옹성같이 둘러싸인
콘크리트 건물 속에서
잠시 자연을 잊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나만의 자유를 찾는다.
수원화성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팔달문, 장안문, 화서문, 창룡문 4개의 관문을 통하는 방법과, 또 하나는 깊고 후미진 곳에 적에게 들키지 않고 군수물자를 공급할 수 있도록 만든 암문을 통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성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다. 성 밖에서 또 다른 방법으로 성을 바라보고 싶다.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화성의 제일 북쪽에 있는 장안문이다. 이 문이 뜻하는 바대로 가진 사람들이 조금만 욕심을 버리고 만인이 편안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을 가지고 산다면 세상의 백성은 모두 행복할 것을.
성 안과 성밖의 사람을 구분 짓는 장벽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상대의 영토를 빼앗고 성벽을 쌓고 나와 너를 구분하는 생각은 언제 시작 되었을까?
인류가 세상의 모든 길을 감시 받지 않고 자유롭게 거닐 수 있는 날은 과연 도래할까?
적을 살피고 때로는 공격도 할 수 있게 만든 망루가 보인다.
성벽 위로 걸을 때는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없었는데 벽돌로 동그랗게 돈대를 쌓아 만든 수원화성에만 볼 수 있는 건물 구조가 한 눈에 들어온다.
때로는 정해진 길을 따라 걷는 것보다 조금 어긋나 걷는 것도 괜찮다.
성루를 따라 밋밋하게 걷는 것보다 성 밖을 돌며 전체를 관망하는 것이 더 많은 것을 본다.
한 마리 벌레가 있다.
벌레의 수보다
꽃의 수가 더 많은데
나는 왜 저 벌레만 보일까?
각루는 성곽의 비교적 높은 위치에 세워져 주변을 감시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설이다. 비상시 각 방면의 군사지휘소 역할도 하였다. 서북각루는 화성의 4개 각루 중 하나로 숙지산이 마주보이는 자리에서 화서문 일대의 군사를 지휘하기 위해 만들었다.
포루는 적이 쳐들어 오는 것을 막기 위해 군사들이 대기하면서 망을 보는 곳이다. 99번 잘 지키다가 단 한 번 소홀한 틈을 타서 적은 공격한다. 그리고 그 한 번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작은 구멍을 통해 한 순간도 놓치지 말고 감시하여야 한다. 그래야 강한 자로부터 내 것을 지킬 수 있다.
치란 일정한 거리마다 성곽에서 바깥으로 튀어나오게 만든 시설이다. 꿩이 자기 몸을 잘 숨기고 엿보기를 잘하기 때문에 꿩이란 의미의 치(雉)라고 이름 지었다 한다.
팔달산의 제일 높은 곳으로 오르고 또 오른다.
팔달산 제일 높은 곳에 서장대가 있다. 장대란 성곽일대를 한눈에 바라보며 군사들을 지휘하는 곳이다. 정조 19년 정조는 현릉원 참배를 마치고 서정대에 올라 직접 군사들의 훈련을 지휘했다.
이 곳에서 각 나라들의 수도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런던, 파리, 베이징..
그곳이 아무리 멀어도
한 나절이면 갈 수 있는데
눈 앞에 보일 듯한
한반도의 북쪽은
몇 년이 걸려야
갈 수 있는지.
1997년 12월 이태리 나폴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제 21차 총회에서 이곳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이 되었다.
서남각루에서 바라본 치
올라가는 것만
힘들 줄 알았는데
내려가는 것이
더 힘들다는 걸
항상 나중에 알았다.
우리네 인생처럼.
팔달문은 화성의 남쪽 문으로 모든 곳으로 통한다는 사통팔달에서 비롯한 이름으로 축성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수원에는 유난히 시장이 많다, 그 이유는 정조가 수원을 상업과 경제의 중심지로 성장시켜 이곳을 부국강병의 초석으로 삼고자 했다. 정조는 직접 내탕금 6만 냉을 밑천으로 대주기까지 하며 시장을 만드는데 전폭적인 지지를 했다.
화성어차에서 관광객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동남각루는 화성의 각루 중 가장 시야가 넓은 곳이다.
봉돈은 밤에는 횃불로, 낮에는 연기로 위급 상황을 알리던 곳이다. 5개의 구멍마다 갖가지 색깔의 연기로 상황을 전달했다.
창룡문은 화성의 동쪽 문으로 창룡은 청룡을 의미한다, 청룡은 풍수지리상 좌청룡, 동쪽을 의미하며, 성문을 보호하기 위해 반달 모양의 옹성을 쌓았다.
방화수류정은 주변을 감시하고 군사를 지휘하는 지휘소와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정자의 기능을 함께 지니고 있다,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노닌다(訪華隨柳) 라는 뜻을 지닌 빙화수류정은 독특한 평면과 지붕형태 때문에 위치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정자 안에서 보먄 아름다운 연못의 정경이 펼쳐지고
밖에서 보면 자연과 조화를 이룬 성루의 모습이 그만이다.
연못에 어린 새끼들을 등에 태우고 유유히 노니는 오리의 모습도 평화롭다.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수원천 위에 있는 이곳은 북수문 또는 화홍문이다. 화(華)는 화성을 의미하고 홍(虹)은 무지개를 뜻하는 것으로 물보라가 수문으로 넘쳐나 무지개를 이루는 곳이다.
느릿느릿 수원화성을 돌아서 원점에 도달했다.
갈 때는 분명히 성밖에 있었는데 어느새 성안에 들어와 있는 나를 발견했다.
세상 모두가 안과 밖이 따로 없었으면, 끼리끼리라는 이름 자체가 없었으면, 전쟁도 없고, 성벽도 없고, 국경도 없이 모두가 어울려 잘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이 길을 끝내며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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