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끝없이 순환되는 계절의 수레바퀴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가을에 중반을 내딛는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그 가을의 하루
경의중앙선 열차를 타고 양수역에 내린다.
양수리(兩水里)는 북한강,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이라고 해서 ‘두물머리’라고 불린다.
두물머리 양수역에서 시작하는
두물머리 물래길!
오늘은 이 길을 가기로 한다.
길은 세미원으로 향한다.
온 세상이 모두
더러운 진흙탕 속이라도
스스로 깨끗함을 유지하던 연꽃이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오직 한 송이만 붉게 피어있다.
북한강 다리를 건너며
맑은 물을 바라본다.
다리 건너 양수리 시장 골목도
두 곳으로 나누어 있다.
북한강과 남한강으로.
북한강을 가로지르며
수많은 배와 돛대가 보인다.
배로 만들어진 배다리다.
배다리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중국 주나라 문왕 때이다.
전국 곳곳에 배다리라는 지명이 전해지는 것을 미루어 볼 때 예전에는 배다리가 많았던 것 같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은 1789년 정조가 한강에 설치한 배다리로서 설치규모의 웅장함과 화려함, 교량의 설치기법 등에서 세계 최고로 꼽힌다.
여기 있는 배다리는 정조시대 배다리를 재현한 것이다.
배다리를 건너면 세미원이 보인다.
세미원은 수생식물을 이용한 자연정화공원이다.
상수원 보호구역인 이 곳은 예전에 상류에서 떠내려 온 부유물들로 가득한 쓰레기장과 같은 곳이었다. 이 곳에 동네 사람들이 스스로 쓰레기를 모두 치우고 수질 정화능력이 뛰어난 연을 가져다 심었다. 이러한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이곳을 묶고 있던 규제를 정비하고 경기도가 지원을 해서 아름다운 물과 꽃의 정원, 세미원이 탄생하였다.
세미원이란 이름은 ‘장자’에서 따온 말로 ‘물을 보면서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면서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뜻이다. 가지도 잎도 세월에 다 사라진 고목이 오히려 아름답다.
도자기에는 물이 넘쳐
흩뿌려 흩어지고
소녀는 소망을 적어
가지에 걸어둔다.
그 소망은 나무와 함께
자라서 열매를 맺고...
용두당간 용머리는
불대신 물을 뿜는다.
세미원 한 곳에서는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연꽃을 바라보며
지나간 사랑의 추억에 잠겨본다.
도자기로 만든 백조와 개구리는
살아서 노닐며 뛰어 오른다.
정화수를 떠놓고
기원하던 어머니의 소원은
분수가 되어 튀어 오르고
아이들의 꿈은
정성스럽게 쌓여져 탑을 이룬다.
울긋불긋 꽃의 형상은
시간까지 정지시켜 놓았다.
연인들은
공원을 거닐며 정을 쌓아
드디어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당신의 건강은 안녕하십니까?
넌 홀쭉, 날씬, 표준
난 보통, 통통, 마음만 홀쭉
이러시면 안됩니다. 당신은 외계인
다양한 간격의 기둥 안에 몸을 대보고
스스로 까르르 웃는다.
다시 물래길 길 안내를 따라
길을 걷는다.
내가 지금 동양화 속에 들어와 있는 걸까?
한 폭의 동양화를 보고 있는 듯
멋진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지금도 장관인데
물안개가 가득한
새벽의 풍경은 어떠할까?
조선후기 이건필은 이곳에서 풍류를 즐기며
두강승유도(斗江勝遊圖)를 그리기도 했다.
인공의 어떤 그림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까?
새벽의 물안개가 이 곳
두물머리 물안개 쉼터!
영원히 개발되지 않아서
이 아름다움 영원히 간직되길.
사람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순간의 느낌을 사진으로 남긴다.
이곳에 황포돛대 띄우고
고기잡이 하는 어부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선하다.
금강산에서 흘러온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 기슭 검룡소에서
흘러 온 남한강의
두 물이 이 곳에서 합쳐진다.
두 물이 흘러 한 강이 되고
한강은 흘러 바다가 된다.
북한강을 따라 다시 길을 걷는 중에 비석의 비문이 보인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운길산의 장엄한 자태와
한 곳에 절대로 머무르지 않고
유유히 흐르는 북한강의 물길을 본다.
정처없이 걷던 발길은
어느덧 북한강 철교에 다다른다.
해는 이제 서쪽하늘로 가는데
물 안개에 비쳐
무지개가 작별인사를 한다.
양수역을 떠난 지 어느덧 10km
다시 온 곳은 제자리
시작점과 도착점은
변함이 없지만
두 물이 합쳐지는
양수리(兩水)라는 지명이
내 가슴에 굽이쳐
하나의 의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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