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들이 뒹구는 소리에
정처없이 떠나고 싶은 계절!
양평 물소리길 2코스를 간다.
물소리길 2코스는 터널이 있는 기찻길이다.
그 길을 따라 신원역에서 아신역까지 간다.
신원역을 지나자
아름다운 북한강이
눈앞에 펼쳐진다.
회색 겨울 빛이
아무도 없는 강물을
말없이 쓸어 덮는 고요 속에서
산 너머 하늘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본다.
겨울에 들어서도
물은 쉼 없이 흐르고
갈대는 바람에 나부낀다.
가로수가 즐비한 자전거 길로 나와
터널을 지나니 국수역이
눈 앞에 다가선다.
겨울이 아쉬워
아직 겨울을 떠나 보내지 못한 마을,
우렁이 논에는
이제 얼음이 녹아 물이 차오르고
논두렁 둔턱엔 봄 햇살을 받아
푸른빛 새싹이 살포시 고개를 내민다
물소리 들리는 하천 위로
평창으로 가는
KTX열차가
속도를 자랑하듯
중앙경의선 열차를
순식간에 따라잡는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얼음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
하천은 다시 생명을 얻었다.
물소리길 주변에는 태양광 전력을 이용하는 자연친화적인 주택들이 많다.
고갯마루에서 3km 남짓
지금까지 걸어온
중동리와 고들빼기 마을을 바라본다.
완만한 고개를 넘어
남한강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길을 가다가
자전거 길과 합류한다.
가곡 아트터널 안에 들어서면
어두컴컴한 빛이
푸른빛, 자줏빛 터널이 된다.
그 터널을 따라 가면
철도길 쉼터가 나온다.
옛 중앙선 철도 위에
한 소녀가 긴 머리를 나부끼며
두 손 모아 새를 날려 보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바람을 따라
시간을 따라
과거로 가는 열차에
마음을 실으면
나는 어느새
옛 중앙선 아신역에 멈춘다.
그 열차 속 시간은
산산히 부서져
다시 현재와 연결된다.
그 옛 시간의 추억은
이제 기억 속에만 남아
예술이 되고
아름다움이 되어
내 가슴에 맺힌다.
이곳에 물소리길 안내소와
스탬프 찍는 곳이 있다.
꽃 피는 계절에 오면
이곳은 등꽃터널로 변해 있겠지?
그 날을 생각하며
이 길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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