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언제나 공간과 함께 존재한다. 시간의 기억도 공간의 기억과 함께 기억된다. 과천향교로 가는 길도 역시 시간과 공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눈부신 가을의 단풍과 함께.
그 공간의 끝에는 과천향교가 있다.
이곳에서 도포를 입고 공자와 성현의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 지방민에게 유학 교육을 시키는 상투를 틀고 갓을 쓰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사람들이 이 공간 안에 나와 함께 있다. 단지 시간만 달리 하고.
향교는 조선시대 국가에서 설립한 지방 교육기관으로 중·고등학교 수준의 교육을 담당하였고, 양민 이상이면 향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과천향교는 1398년, 조선 태조 때 처음 세워졌다. 그러나 여러 전란으로 불에 타 버리고 1690년, 숙종 때에 과천 서이면에서 지금 이 공간으로 옮겼다. 향교로 들어가는 문은 3개인데 가운데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가운데 문은 신이 드나드는 문으로 사람이 갈 수 없다. 역시 계단도 3 줄로 놓여 있는데 가운데 줄은 신이 가는 계단으로 함부로 오르면 안 된다. 계단을 오를 때는 항상 오른쪽, 내려올 때는 왼쪽을 이용한다.
향교에 들어서면 제일먼저 명륜당이 보인다. 조선시대에는 나라에서 토지와 노비·책 등을 지원받아 이곳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이곳 학생들은 시흥, 안양, 과천에 거주하고 있었으나 교통편이 좋지 않아 6.25때 불타버린 이곳 옆 건물에서 기숙하면서 공부하였다.
명륜당 뒤로 돌아가면 또 하나의 문이 보인다. 그 문으로 들어가면 대성전이 있다. 대성전은 공자 등 성현의 위패를 모긴 사당으로 제사를 지내는 공간이다. 대성전 안에는 공자를 비롯하여 안자. 증자, 자자, 맹자 등 5성 및 좌우로 송나라 2현인 정호와 주희, 한국의 18현인 설총, 최치원, 안유, 정몽주, 김굉필, 정여창, 조광조, 이언적, 이황, 김인후, 이이, 성혼, 김장생, 조헌, 김집, 송시열, 송준길, 박세채 성현을 모시고 있다. 과천향교는 매월 음력 1일과 15일에 분향례를 행하고 5월11일과 9월 28일에 석전제를 거행하고 있다.
이 곳에서의 교육 내용은 주로 시나 문장을 짓는 사장학과 유교의 경전 및 역사를 공부하는 경학이였다. 그 내용은 주로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 들을 가르쳤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깨우치고 스스로 덕과 인을 행하였던 사람들을 성현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런 것을 고리타분한 것으로 생각하고 배우지 않는다. 생각하지도 않는다. 자연을 파괴하고, 사람 보다는 황금과 물질을 더 숭상한다.
이 아름다운 자연을 길이 보전하기 위해서 우리는 파괴보다는 자연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흉악해지는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금전만능주의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학교교육은 오직 돈을 벌기 위한 직업교육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윤리교육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 조선시대 향교의 교육은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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