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말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고. 그 거리를 좁히고 징검다리를 놓으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친구라는 이름이 붙는다고. 육지와 섬, 섬과 섬 사이도 마찬가지다.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다리를 놓으면 그 섬은 육지가 되고, 섬과 섬을 이으면 섬과 섬은 하나의 친구가 된다.
오늘 나는 그곳에 간다. 육지와 바다, 섬과 섬을 이어 준 새만금으로 간다.
군산에는 새만금 방조제가 있다. 세계 최장의 방조제인 새만금 방조제는 1991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19년의 공사기간을 거쳐 만들어졌다. 3조 가까이 돈을 물 붓듯 쏟아 부었지만 환경오염 등 각종 부작용만 발생하였고 아직까지도 그 마땅한 이용계획을 찾지 못하고 있다. 조속히 그 이용가치를 찾아 공들인 만큼의 효과를 내기를 기원한다. 그 새만금 방조제를 따라가면 신시도와 무녀도로 이어지는 끝없이 긴 다리가 있다. 신시도와 무녀도를 이어지는 고군산 대교, 무녀도와 선유도를 이어주는 선유대교를 지나면 선유도 해수욕장이 눈 앞에 펼쳐진다.
군산 앞바다의 총 63개의 크고 작은 섬을 고군산군도라 하는데 그 중 이곳이 가장 아름다워 신선이 놀았다 하여 선유도라 불렀다. 무덥던 여름의 태양도 자취를 감추어버린 가을의 선유도 해수욕장에는 그 여름의 추억을 잊지 못한 사람들이 남아 있다. 그 사람들은 썰물이 빠져나간 갯벌에 앉아서 무엇인가 열심히 찾고 있다. 이 갯벌에 다시 밀물이 밀려 들어오면 파란 바닷물에 잠겨 갯벌은 언제 있었냐는 듯이 사라질 것이다.
선유도는 예전에는 군산도라 불렀다. 해상 왕국이었던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의 군산도는 한반도와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를 잇는 중요한 뱃길의 길목이었다. 금강과 만경강, 동진강 물줄기가 한데 모이는 고군산 군도는 선사시대부터 줄곧 동북아 허브였다. 기원전 202년 제나라 전횡이 군산 어청도로 망명해 온 뒤 백제가 남조와 일본, 후백제가 오월, 고려가 남송과 국제교류로 왕성할 때 최대의 기항지로 번영을 누렸다. 그러나 조선 시대에 들어서 중국에 의하여 먼 바다로의 항해가 금지되자 이곳 선유도도 쇠락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불과 5~60년전까지만 해도 육지인이 이곳으로 여행한다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새만금 방제제가 개통되고 군산에서 선유도를 잇는 대교가 완성되자 선유도는 전국적인 관강 명소로 떠오르면서 다시 옛날의 활기를 찾았다. 선유도 해수욕장 옆에 우뚝 솟은 전망대, 그 전망대 위에는 짚라인이 있다. 체험 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안전 장구를 착용하고 한 가닥 줄에 매달려 멋진 활공을 하며 소리를 지른다. 그곳에서 들리는 소리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누군가는 즐거워서, 누군가는 두려움에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그 한 줄의 온몸을 의지하며 내려오는 각각의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 것 만으로도 즐겁다.
짚 라인을 타고 내려오면 위로 우뚝 솟은 2개의 봉우리가 보인다. 망주봉은 옛날 억울하게 유배된 한 충신이 북쪽을 바라보며 임금을 그리워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망주봉에 오르면 하늘과 바다가 모두 붉은 색조로 변하는 선유낙조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짚라인 체험을 끝나고 유람선을 타러 간다. 유람선 매표를 하고 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린다. 보자기로 묶어 놓은 각종 짐 꾸러미, 그림이 있는 커다란 글씨의 달력, 대기실 안 풍경이 마치 옛날 시골집에 있는 듯 정감이 간다.
유람선에 올라 고군산 군도를 향해 떠난다. 선유도 바위 한쪽에 앉아 낚시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는 강태공들과 무녀도와 선유도를 잇는 선유대교, 언젠가 한번은 걷고 싶은 해변을 잇는 해변테크 산책로를 뒤로 두고 배는 드넓은 바다를 향해 파도를 헤치며 나아간다.
바다사람들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는 인어 등대는 마치 나를 오라 손짓하는 듯 요염한 자세를 취하고 앉아 있고, 바다 한가운데는 마치 등대와 같은 모습으로 암초등표표시가 근처에 암초가 있으니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한다. 그 옆으로는 장자도와 선유도를 잇는 장자대교가 섬과 섬이 서로서로 손을 맞잡고 있는 듯 아름답게 서 있다.
유람선의 사람들은 어린아이, 어른 관계없이 수많은 갈매기 떼를 새우깡으로 유혹하고, 갈매기 떼는 사람들을 따라 끊임없이 날아들어 온다. 그러나 이곳의 갈매기 떼는 사람들을 약간 경계하는 듯 사람과의 약간의 거리를 두고 다가온다. 이곳도 월미도와 영종도의 갈매기들처럼 어느 정도 사람과의 친분이 쌓이면 점점 사람들과의 거리는 좁혀질 것이다.
장자도에는 왼쪽에 할머니, 오른쪽에는 할아버지 바위가 있다, 그 바위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할머니는 수많은 세월을 남편을 과거에 급제시키기 위하여 기도를 했다. 그런 할머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는 계속 낙방을 헸다. 결국 할아버지는 과거를 포기하고 한양에 눌어 앉아 어느 사대부 집 외동딸의 글 선생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 집 외동딸과 눈이 맞아 데릴사위가 된다. 그 후 15년이 지난 뒤 할아버지는 과거에 급제하여 그 외동딸의 손을 잡고 고향에 내려오게 된다. 그것을 본 할머니는 그 자리에 굳어 돌이 되었고 그 모습에 노한 부처님이 노하여 두 사람을 역시 돌로 변신시켰다.
선유도의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주상절리, 저 멀리 보이는 돛단배처럼 보이는 고군산 대교를 바라보노라면 마음은 이미 선유도의 아름다움에 빠져 이곳에 천년만년 살고 싶어진다.
그러나 사람들과 가마우지들은 이런 아름다움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사람들이 불법으로 바다에 투기한 물건들은 파도에 밀려와 해변가에 쓰레기 더미를 만들고, 가마우지가 남긴 배설물은 섬의 서식하고 있는 풀, 나무들을 고사시켜 놓는다. 우리는 쓰레기 더미로 둘러싸인 섬을 우리는 후손에게 남겨 줄 수 없다.
바다는 식량을 무한히 제공해 줄 우리 후손의 미래의 삶을 책임질 곳이기에 우리는 보호하고 관리하여야 한다. 그리고 후손에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이전의 자연을 남겨 주어야 한다.
선유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선유도를 떠난다. 언젠가 다시 이 선유도에 와서 망주봉에 올라 선유낙조를 바라보고, 선유도의 해변테크를 거닐며 선유도의 구석구석 아름다움을 다시 마음에 새기고 싶다. 그 날이 다시 오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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