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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복천동 고분군 - 죽음너머의 세계

죽음이란 무엇일까? 심장이 멎어지면 그대로 영혼도 없어지는 것일까? 뇌기능이 정지하면 영혼도 함께 사라지는 것일까? 아니면 육체의 부식과 함께 영혼의 존재도 서서히 사라지는 것일까? 아니면 종교에서 말하듯이 육체의 죽음과 함께 영혼은 분리되어 이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일까? 그 누구도 죽음 이후를 알 수 없다. 이세상 어떤 사람도 죽음을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끔 세상에는 자신이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육체가 온전한 상태에서 체험 형식으로 말하는 것이지 자신의 육체가 모두 사라지고 난 뒤 다시 삶으로 돌아온 자는 아무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 너머의 세상을 믿는다. 종교에 심취하고, 죽은 영혼을 위해 장례를 지내고 그들의 영혼이 안식되기를 기원한다. 그러한 염원을 담은 장례의 풍습도 토장(土葬), 화장(火葬), 수장(水葬), 수상장(樹上葬), 조장(鳥葬), 풍장(風葬) 등 제 각각이다.


장례의 풍습을 보고 각기 다른 문화권마다 서로의 장례 풍습을 야만인 것처럼 말을 한다.


티벳의 일부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시체를 토막 내어 높은 바위 위에 널려 놓는다. 매장을 하는 풍습을 가진 사람들이 그 행위를 보고 사람을 두 번 죽이는 야만스러운 짓이라고 말하면 그들은 도리어 매장하는 사람들을 보고 참혹하고 잔인하다고 한다. '살아서도 자유를 못 누리고 살았는데 죽어서도 사지를 꽁꽁 묶어놓고는 그것도 모자라 깊은 땅 속에 파묻어 놓느냐'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죽어서는 새들의 먹이가 되어 새의 몸을 빌어서라도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도록 영혼의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모두가 상상만 할 뿐이다.


불과 십 여 년 전까지 우리나라의 장례문화는 매장이었다. 우리나라의 매장 문화는 과연 언제부터 있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혹자는 말한다. 신석기 시대부터 이 땅에는 매장 문화가 있었다고. 그러나 그 전에도 매장문화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매장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을 뿐.

우연히 부산 동래구의 길을 걷다가 커다란 무덤을 보았다. 이 무덤들은 4~5세기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부산시 동래구 복천동 50 일원에 있는 이 무덤들은 삼국시대 가야의 구덩식돌덧널무덤,구덩식돌방무덤 등으로서 '복천동 고분군'이라고 부른다.

 

이 고분군은 현재 동래 중심가 북쪽 마안산의 중앙부에서 서남쪽으로 길게 뻗어 나온 구릉 위에 있는데 부산에서 대표적인 고분이다.

 

1969년 주택공사로 고분군의 일부가 파괴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조사된 유구는 모두 130기, 출토유물은 총 9,000여 점이다.

출토유물에는 토기류, 철기류, 장신구류, 인골, 말 이빨 같은 동물의 몸체도 포함되어 있다. 비록 금은으로 된 화려한 유물은 많지 않지만 대신의 철로 만든 유물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 중에서도 무기나 갑옷 같은 것이 특히 많다. 부장품 중에는 보물 598호인 마구식 각배와 오리모양의 토기도 있다. 아마도 지위가 높은 권세가의 무덤같다.


이 곳에서는 경주의 대형 고분군 다음으로 많은 양이 출토되었고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방어용 무기인 갑옷과 투구는 복천동 고분의 중요한 유물로서 우리나라 갑옷 연구 및 고대 한일관계사 연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무덤에는 왜 그렇게 많은 유골과 다양한 물건들이 출토되는 것일까? 죽음을 쉽게 받아 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은 죽음을 삶의 끝이 아닌 또 하나의 새로운 삶으로 생각하고 싶어했다. 그 결과 권력이 있고 지체가 높은 사람들은 그들이 현세에서 쌓아 올린 권력과 재물을 그대로 내려 놓지 못하고 죽음 이후의 생에도 모두 가지고 가고 싶어했다. 귀중품과 애장품은 물론 자신이 현세에서 같이 살던 부인과 부리던 시종들까지 살아있는 상태로 자신의 무덤에 순장을 시켰다.

인간의 욕망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죽을 때까지가 아니고 죽어서까지도 그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대부분의 인간! 그것은 죽음이 무엇인지 아무도 알지 못하기에 더더욱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은 아닐까? 죽음 뒤에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