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무궁화 물결 속에 태극기가 살아서 움직인다. 사이사이로 무궁화 꽃도 같이 움직인다. 그림 속 담벼락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허름한 기와집이 보인다.
"박차정 의사 생가"
박차정은 우리나라의 광복을 위해 끝까지 일본에 저항한 항일 의사다.
가슴속에 불꽃을 심고 조국 땅에 해방의 꽃을 피웠던 박차장 의사, 서른 넷의 꽃다운 삶을 마감한 박차정 의사는 이곳 부산 동래사람이다.
19세기의 세계는 격변의 시기였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으로 급격한 근대화의 길로 들어섰고 세계의 열강들은 식민지 확보의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때까지 조선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였다. 한 때 변방에서 군생활을 했고 천주교도와 일반 중인들과 교류가 있었던 흥선 대원군과 역관 등 백성의 일부만이 위기를 직감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모든 정치를 아버지에게 맡기고 자신은 왕으로써 아무 권한이 없었던 고종과 명성황후는 그 흥선 대원군이 못마땅했다. 결국 라이벌 의식을 느낀 고종과 명성황후가 외세를 끌어들여 아버지 흥선대원군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하자, 일본은 대원군의 하야를 기회로 조선의 문호개방을 명분으로 침략의 야욕을 드러냈다. 1894년 동학혁명을 계기로 청국마저 이 땅에서 몰아낸 일본은 자신을 끌어들인 명성황후마저 시해하고 조선을 자신의 식민지로 만들고 말았다.
일본에 강제병합 된 1910년에 출생한 박차정 선생은 1925년 부산지방 여성교육의 산실이자 당시 항일 여성운동을 이끌어가던 동래 일신여학교에 입학했다. 이곳에서 항일 민족의식과 남녀평등사상을 고취시키고 일신여학교 동맹휴학을 주도하였다.
가명 '허정숙'으로 근우회에서 활동하였고 광주학생운동의 연장으로 서울지역 여학생 운동을 추진, 부산조선방직공장 파업지원 등으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어 옥고를 치르고 병 보석으로 풀려난다.
출옥 후 중국 북경으로 망명한 박차정은 의열단 김원봉과 결혼하여 의열단 단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하였다. 1932년 중국 장개석의 도움을 받아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를 설립하자 제1기 여자부 교관으로 선정되어 사관생을 양성하였다. 1938년 10월 조선의용대가 창설되자 조선의용대 부녀복무단 단장으로 선임되어 1938년 중국 강서성 곤륜산 전투에 참가하여 어깨에 총상을 입고 그 휴유증으로 34세 나이로 순국하였다.
"조선에서 자란 소년들이여!
가슴에 피 용솟음치는 동포여!
울어도 소용없는 눈물을 거두고
결의를 굳게 하여 모두 일어서라!
한을 지우고 성스러운 싸움으로
필승에 의자가 여기서 띈다!"
박차정 의사가 작사 작곡한 노래가 귓가에 들려온다.
박차정 생가에는 숭모회라고 부르는 사적 단체에 계신 분들이 쓸쓸히 그녀의 행적을 관리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해방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쳐 헌신했던 그분들의 뜻을 정부차원에서 관리되고 지원되지 못하고 있었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후대의 사람들이 고생을 한다. 고생 정도가 아니라 치욕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 명청교체기의 국제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인조는 남한상성에서 청에 굴욕적인 항복을 했다. 그 결과 수많은 소녀들이 청에 강제로 끌려가 능욕을 당하고 환향녀가 되어 돌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은 그 후 300년동안 이미 망해버린 명나라를 숭배하고 신문명을 배척했다. 300년이 흘러간 후 최신 병기로 무장된 열강들이 침략을 목적으로 접근하자 오로지 정권의 유지를 위해 외세를 대책 없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망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지배자가 망하게 한 국권을 찾기 위해 일어선 자는 대부분 민초들이었다. 그 민초들의 헌신 덕분에 나라를 되찾았다.
그 민초들의 희생과 헌신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들의 헌신에 다시 한번 머리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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