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티(IoT), 클라우드(Cloud), 빅 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 첫 알파벳 글자를 따서 ICBM이라고 불린다. 그 무서운 신병기가 우리 뇌를 공격하여 점점 생각을 잃어가게 한다. 갑자기 스무 살 문학소년 시절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다.
예전에는 집에서 보지 않는 책들을 한 보따리 짊어지고 동네 헌책방을 찾았다. 그곳에서 가지고 온 책과 읽고 싶은 책을 바꾸기도 하고 헌 책을 사기도 했다. 읽고 싶은 책을 책방 한 구석에서 겨우 찾아 들었을 때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손바닥 스마트폰에서 찾아볼 수 있어서인지 헌책방을 보기가 어렵다.
옛 추억을 생각하며 보수동 책방골목에 간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6.25 한국전쟁 때 함경도에서 피난 온 부부가 헌 잡지를 팔면서 만들어졌다. 이곳을 중심으로 책방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고 1970년대에는 70여개가 넘는 책방들이 이곳에 있었다. 피난 왔던 예술인들은 이곳 보수동 책방골목을 단골로 드나들었고 보수동 책방골목은 그들에 의해 더욱 더 활기를 찾았다.
1970년 4월, 이곳에 민주세력을 결집할 목적으로 양서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이 조합을 통해 보수동 책방골목은 부산의 진보적인 지식인들과 대학가 청년들의 여론형성을 크게 기여하였다. 소문이 전국각지로 퍼지면서 서울을 비롯한 마산, 대구, 울산, 수원 등지로 양서협동조합운동이 확산되어 갔다. 조합의 활동성과가 커질수록 당국의 주목이 심해지고 판매금지가 되는 책들이 늘어났다. 1979년 부마민주항쟁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그 해 11월 강제 해산되었다.
현재 보수동 책방골목은 인적이 없다. 책방 주인에게 요즘에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 오느냐고 물었다.
“요즘 같이 볼 것이 많은 세상에 사람들이 여기를 찾겠어요? 하지만 가끔 사람들이 평소 구하지 못했던 책을 찾아 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의 양식이 되었던 책이 골목 어귀에 산더미처럼 쌓아있다. 그 책 더미는 골목을 너머 책방 안의 다락에 까지 가득히 이어진다. 누군가의 마음의 양식이 되기 위하여.
뇌는 세상을 바로 볼 줄 모른다. 그저 답습해 왔던 경험의 일부에 의해 현상을 편집하여 세상을 삐딱하게 왜곡하여 본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것을 의식하고 인식하기 시작했을 때 그 동안의 세상은 없어지고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려면 수없이 많은 각기 다른 견해의 책들을 읽고 의심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생각하는 대로 살게 된다. 책들이 쌓여있는 다락방 위에 하나의 글귀가 보인다.
세상 그 위를 날아 오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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