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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가는 길

국립현대미술관 가는 길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높아가는 하늘, 시원한 바람은 내 마음을 흔들어 발걸음을 밖으로 인도한다. 다른 사람들도 내 맘과 같은 것일까?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모두 한 방향으로 걸어간다. 그들을 따라 간다. 서울대공원에도, 하늘 위에도, 코끼리열차에도, 동물원에도 사람들이 메워진다.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에서 생각에 잠기며 걸을 수 있는 곳은 없을까? 나는 따라 걷는 것을 멈추고 그곳을 찾아 다시 걷는다.

하루 아침에 세상이 변했다. 짙은 녹색의 자연은 어느새 울긋불긋 새 단장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 빛에 매료되어 방안에 갇혀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몰려나왔다. 2미터 거리 두기는 과거의 일인듯 잊었다.

 

대공원에 가서 놀이기구를 탈 생각과 평소 보지 못한 진귀한 동물들을 볼 생각에 아이들, 어른 들 할 것없이 마음이 들떠 있다. 코로나19에 자유의지를 박탈 당했던 사람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자유의지를 빼앗긴 동물원의 동물들을 보러 간다. 사람들은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들의 자유의지를 빼앗아 철창에 가둬버렸다. 그 욕심의 결과로 인류는 동물의 세균에 의해 전파되어 발생된 된 질병에 감염된다.

 

대공원과 동물원을 지나 목적지인 국립현대미술관에 도착했다. 온 세상이 조용하다.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인데 대공원, 동물원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국립미술관 내부관람은 무료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예약을 해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만일 예약을 하지 않았다면 현장에서 대기한 후 인원에 맞추어 들어가면 된다. 하지만 굳이 미술관 내부로 들어가서 관람할 필요까지는 없다. 미술관 밖에서도 안의 작품이상으로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 입구에는 거대한 철제 인간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노랫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슬픔을 노래하는 애처로운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사람들은 노래를 부른다. 세상이 힘들고 고달플 때 노래를 부르면 고통을 잊을 수 있다. 기쁘고 즐거울 때 노래를 부르면 즐거움이 배가된다. 또한 무언가 도전하고 싶을 때 노래를 부르면 더욱 힘이 솟는 듯하다.

미술관 앞에는 작은 연못이 있다. 연못에 비친 하늘과 수목이 또 하나의 세상을 연출한다. 그 새로운 공간의 세상 속에 나도 들어있다. 그 속에 비친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른 평화롭고 행복하다.

코로나19로 야외전시가 더욱 활성화 되었다. 미술관 야외의 거의 반을 채운 과천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야외 전시품이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바라보고 있으면 과천 주변의 풍경과 어우러져 색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야외에는 사람의 인체를 조각한 작품들, 인간의 삶과 자연의 현상을 추상화한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인체를 조각한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인간의 신체를 정교하게 다듬어 만든 작품은 모든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지키려고 하고, 파괴하려고 하고, 고뇌하고, 슬퍼하고, 도전하는 작품들은 모두 인간을 닮았다. 그 작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모두 예술가가 되고 세상을 달관한 철학자가 된다.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이 주변의 경관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마치 자연과 일부처럼 연결이 되어있다. 또한 그 작품들이 가을의 색채와 어우러져 아름다움이 배가 된다.

그 가을에 심취되어 갈대가 흔들린다. 나도 흔들린다.

 

미술관을 나와 다시 집으로 향한다. 지나가는 걸음 걸음마다 그 빛이 너무도 아름답다. 자연, 이곳도 하나의 커다란 미술관이다. 인공으로 만든 조각보다 수천 배, 수만 배 아름다운 예술품이 지천에 널려있다.

산과 물과 하늘과 수목이 조화된 가을 빛으로 자연이 수놓은 예술품에 심취되어 걷다 보니 어느새 발길은 대공원역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