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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인천둘레길 5코스 - 도룡뇽이 숨 쉬는 만월산·금마산 코스

공룡이 살다간 이후 지구가 새로운 생명체로 채워지기 시작할 때부터 현재까지 기나긴 세월 동안 하나의 종이 다른 수만 가지의 종을 일시에 멸종시킨 적이 있었던가? 오직 자신들만의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 개발이라는 논리하에 수목은 베어지고 산천은 콘크리트 덩어리로 채워졌다. 그로 인해 하늘의 별도 보이지 않고 꿀벌도 사라졌다. 그리하여 지구에는 생전 보지 못한 홍수와 가뭄, 질병들만이 존재하게 되었다. 이제 어릴 적 흔하게 보았던 가재와 도룡뇽 서식지도 점차 볼 수 없게 되었다.

오늘은 또 하나의 종이 멸종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현행법상 채집이 불가능한 도룡뇽이 인천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는 도룡뇽 마을을 지나는 인천둘레길 5코스 만월산 금마산 코스를 간다.

거리: 7.07 Km
시간: 2시간 17분
코스: 부평삼거리역 2번출구>약수사>만월·만수산 연결다리>도룡뇽마을>만수산 정상, 수현부락길> 인천대공원정문

그 동안 이해타산으로 이루어진 집단과 콘크리트 건물의 장벽에 막혀 숨죽이며 살다가 이렇게 한 달에 한 번씩 순수 우정으로 뭉쳐진 고교 친구들과 꽃 나무로 우거진 연두색 숲길을 걸어 행복을 충전한다.

약사사

인천둘레길 5코스의 시작점인 부평삼거리역 2번 출구를 출발하여 석촌 다목적 체육관을 지나 만월산 입구로 들어선다. 높이 187.1m의 만월산은 원래 이름이 주안산이다. 산의 흙 색이 붉고 산세가 기러기가 내려앉는 것 같다는 유래로부터 주안산(朱雁山)이라고도 불려 왔다.  인천의 대표적인 지명인 주안도 바로 이 산에서 나온 것이다. 이 산의 서쪽 기슭에는 행가가 나는 돌 우물이 있어 조선 세종 때 사람들을 보내어 물맛과 향기, 약효 등을 조사했다는 이야기도 전하는데, 그 위치가 어디인지는 알 수가 없다. 현재의 명칭은 1920년대에 보월 한성안 스님이 산 정상에 올라 '산은 그리 높지 않지만 동서남북이 한눈에 다 보이고, 특히 산세가 인천 도심 쪽을 향해 좌우로 팔을 벌려 모든 만물을 감싸 안을 듯한 형태를 하고 있어 동방만월세계약사유리광불(東方滿月世界藥師琉璃光佛)이 계시다'고 한 것에서 만월산이 되었다. 보월스님은 그 뒤 금강산으로 돌아갔고, 이어 한능해 스님이 이곳을 지켰다. 그는 1960년대 들어 지금의 위치에 대웅전 등을 짓고, 약사암을 약사사로 바꾸어 오늘에 이르게 된다.

 

약사사 옆으로 난 계단을 따라 만월산에 오른다. 한 달 사이에 온 세상이 연두색으로 물들었다. 나는 모든 색 중에 연두색을 제일 좋아한다.  연두색으로 둘러싸인 숲 속을 거닐 때면 세상의 온갖 시름은 일시에 사라진다. 

신록에는, 우리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낸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모든 티끌- 나의 모든 욕망(欲望)과 굴욕(屈辱)과 고통(苦痛)과 곤란(困難)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별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앉는다. 말하자면, 나의 흉중(胸中)에도 신록이요, 나의 안전(眼前)에도 신록이다.   <수필 ‘신록예찬’>

만월산 만수산 연결다리(주안산 연결다리)

만월산과 만수산 연결다리를 건너면 만수산, 소래산, 수리산의 한남정맥을 맞이한다. 일명 주안산길 연결다리라고 불리는 이 다리는 길이 34m, 폭3m, 높이 8m로 안정감 있고 외관이 우수한 아치교 형태로 만들어졌다. 또한 야간에는 빛과 자연이 어우러지도록 무지개 색채의 조명이 난다고 한다. 다리 위에서 인천의 모습을 바라본다.

 

수세미 터널

만월산 터널을 지나 민삼이네 도룡뇽 마을에 들어선다. 민삼이네 도룡뇽 마을은 인천에서 도룡뇽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생태환경이 우수한 지역이다.  봄이 찾아오면 땅 속이나 바위 밑에 있던 도롱뇽들이 알을 낳기 위해 물로 들어간다. 낮에는 낙엽아래나 돌 아래 숨어 있다가 밤에는 먹이활동을 한다.

 

도룡뇽 알이 있는 웅덩이

도룡뇽 마을에서 도룡뇽을 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눈 앞에 거짓말처럼 계곡 웅덩이마다 도룡뇽 알이 무더기로 나타났다.  도룡뇽이 서식하는 이 계곡은 마수산 계곡이다. 해발고도 201미터의 만수산은 만월산 터널에서 시작하여 동쪽으로 계속 이어지다가 서울외곽순환도로 밑에 무네미고개에서 끝을 맺는다. 동서 약 6km, 남북 3km에 걸쳐있는 만수산은 산 아래 마을이 장수촌이며 수명이 만수한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동쪽으로는 비루고개, 서쪽은 만수동, 북쪽은 일신동으로 남동구와 부평구를 생활권으로 나누는 경계가 되어왔다. 만수산은 인천에서 도룡뇽이 가장 많이 서식할 만큼 청정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불노약수터

불로약수터를 지난다. 일만 년의 수명을 누리는 만수산(萬壽山)에 있는 약수터라 늙지 않는 불노不老) 약수터라 이름 지은 것 같다. '한잔 마시면 질병을 치료하고 항상 마시면 수명이 백 년이 늘어난다'는 그리 새겨져 있는 비석은 1964년에 세운 것이다. 수명이 백 년이 늘어난다면 그 삶은 행복할까? 하지만 그 약수터는 수질부적합으로 폐쇄가 되어있다. 아마 이 물을 마시고 백 년을 더 산다는 꿈이 꿨던 사람은 그 꿈을 접어야 할 것이다.

해발 201m의 만수산 정상이다. 정상에 서면 남동구 전경뿐만 아니라 송도, 소래산이 한 눈에 펼쳐진다.

 

만수산 둘레길 곳곳에도 어김없이 돌탑이 보인다. 돌탑은 액이나 질병, 살, 호환, 화기 등을 막기 위해 쌓기도 하고 소원을 빌기 위해 쌓기도 한다.  돌탑을 쌓는 이유는 돌이 지닌 영구불변성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특징을 가졌기 때문이다. 돌이 지닌 주술성을 토대로 주민들이나 길손들이 하나씩 정성껏 쌓아 올린다. 개인의 창작물이 아니라 주민공동체의 발원 속에서 만들어진 원초적 신앙의 산물이다.  그 돌탑을 바라보며 우리가 사는 이 땅에 더 이상의 재난이 없기를 빌어본다.

 

만수산 무장애 나눔길은 경사도 8.3% 미만으로 조성되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어디든지 갈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세상은 비장애인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장애인이거나 다리에 힘이 없는 노인이 갈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선진국으로 들어선 우리는 누구나 갈 수 있는 이런 길들이 전국에 많이 조성되기를 기원한다.

 

수현마을을 지나 인천대공원에 들어선다. 그 길목 터널에 수많은 자전거가 늘어서 있다. 세상에 에너지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세상은 오늘날처럼 탄소를 무한히 배출시키는 기후위기에 봉착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가 인간 자체의 동력으로 움직이는 손수레나 자전거를 타고 다녔을지 모른다. 지구가 이처럼 온난화로 시달리는 지금 모든 사람들이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기후위기에서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는 오늘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두 발로 움직이고 대중교통만을 고집하며 삶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