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둘레길 16코스인 장봉도는 바다와 산을 함께 걷는 길이다. 장봉도는 동서의 길이가 약 9km, 남북의 폭은 1~1.5km로 되어있는 섬이다. 장봉도 서쪽 끝 약 4km 거리 해상에는 무인도인 동만도와 서만도가 있다. 섬의 중앙지점에 해발 149m의 국사봉을 중심으로 높고 낮은 외줄기 능선이 동서로 길게 뻗어있어 길다는 의미의 장(長)과 봉우리 봉(峰) 글자를 사용하여 장봉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은 114.6km의 인천둘레길의 마지막 코스인 장봉도를 간다.
삼목선착장 - 장봉선착장 - 옹암해수욕장 - 옹암구름다리 - 거머지산 - 예림원 - 팔각정 – 작은멀곳-장봉선착장
장봉도 코스를 가기 전에 나는 친구들에게 승선시 필요하니 신분증을 가져오라고 당부했다. 장봉도를 가기 위해 삼목 선착장에 도착하니 정작 내가 신분증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다행이 스마트폰에 찍어 놓은 신분증이 있었다. 하지만 실물 신분증만 허용된다고 한다. 함께 간 친구가 동분서주 알아보니 주민등록등본으로 대치가 가능하다고 한다. 왔던 길을 되돌아서 운서주민센터를 찾아서 주민등록등본을 발급 받았다. 그러는 동안 출발시간이 한 시간이 넘게 지연되었다. 나의 정신 없는 행동에 불평도 없이 기다려 준 친구들이 고마웠다.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 십 분이나 지연돼서 12시가 돼서야 신분증을 제시하고 표를 끊었다. 장봉도까지 운임은 성인은 3,000원, 차량은 15,000원이다. 일행 중에 한 명은 인천시민이라서 할인을 받아서 2,100원에 운임을 받았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많은 승객들이 하선을 하고 있었다.
배를 타 본적은 10년이 넘은 것 같다. 배 위에 서면 바다 바람의 냄새가 난다. 바다내음을 온 몸으로 느끼며 장봉도로 향한다. 사람들은 갈매기를 향해 과자를 던진다. 갈매기 들이 그 과자를 향해 날아온다.
갈매기와 바다와 사람들이 어울려 즐기는 광경을 바라보다 보니 어느덧 배는 징봉도에 도착한다. 장봉도에 도착하니 Jangbong Island라는 팻말과 함께 인어상이 나타난다.
장봉도의 인어상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장봉도는 우리나라 3대 어장의 하나로 손꼽던 곳이다. 장봉도에 한 어부가 있었는데 며칠째 고기가 통 잡히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자가 나체로 그물에 낚여 나왔다. 자세히 보니 하반신은 물고기인 인어였다.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는 인어를 보고 마을 사람들은 측은히 여겨 그물 안에서 꺼내 다시 바다로 보내 주었다. 그로부터 수일이 지난 후 어부들이 그곳에서 다시 그물을 던졌더니 연 사흘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물고기가 많이 잡혔다. 그 뒤로도 계속 장봉도에는 고기들이 예전보다 많이 잡혔다. 마을사람들은 이것이 인어가 은혜를 갚기 위해 보내준 선물이라 생각했다. 마을 사람들은 은혜를 갚은 인어의 전설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선착장에 장봉도 인어상을 만들어 놓았다.
장봉도에는 옹암해수욕장, 한들해수욕장, 진촌해수욕장, 가막머리 낙조대 등 볼 것이 많다.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오늘은 인천둘레길 코스만 간다.
멋들어지게 자라난 소나무 가로수길이다. 이 소나무들은 소나무 숲은 과거 논농사를 짓기 위해 해풍을 막는 방풍림으로 조성된 것이다. 한 때 이곳의 소나무들이 상가 건축을 위해 많이 베어졌다. 소나무를 자르기 위해 빨간색 페인트를 칠해놓기도 했다. 이에 장봉도 주민들은 소나무 군락지를 살려달라고 옹진군에 촉구하기도 했었다.
노송이 늘어서 있는 도로에 동쪽해안에는 옹암해수욕장이 있다. 수심이 얕고, 백사장의 모래는 희고 부드럽다. 늦가을이라서 그런지 해수욕장에는 사람이 없어 조용하고 쾌적하다.
해변가 뒤로는 임시 숙소 형태의 방갈로가 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옹진군에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건축물이다. 야영장 운영자는 군청의 철거 명령에도 몇 년째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 뒤로 이어진 해수욕장에 밀물에 갇힌 자동차 한 대가 있다. 썰물로 바닷물이 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보다. 그 뒤로 보물상자 하나가 놓여져 있다. 저 보물 상자에는 무엇이 들어가 있을까?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열어볼 수 없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리고 구름다리를 지난다. 거머지산이다. 산 위에는 누군가 정성스레 쌓아놓은 돌탑이 보인다. 저 돌탑의 무게만큼 우리 인생의 고달픔도 사라지길 기원한다.
거머지산을 내려와 작은 마을을 지나는가 싶더니 다시 산을 오른다. 섬에 있는 둘레길이라서 편하게 해안 길로만 갈 것 같았는데 의외로 가파른 등산길이 많다. 상산봉 팔각정에 올라서 이제야 기나긴 숨을 내쉰다.
팔각정 벤치에 앉아서 장봉도를 내려다 보니 한반도 모양의 지형이 길게 내려다 보인다. 장봉도의 장(長)과 봉(峰)의 의미가 실감이 난다.
지금까지는 오르막이었다. 이제부터는 내리막이라 길이 쉬울 줄 알았다. 하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은 정확히 비긴다. 완만하게 오른 길이만큼 내려가야 하는데 오르막은 가파르다. 낙엽까지 바닥에 깔려서 더욱 미끄럽다. 내려오는 길에 세 친구가 각각 한 번씩 미끄러졌는데 그 중 한 친구는 발목까지 접질렸다. 인생길도 산길과 같이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더 가파르고 위험하다.
산길을 내려오니 넓게 트인 바다가 한 눈에 펼쳐진다. 한 작은 섬으로 길게 다리가 놓여져 있다. 작은 멀곳이라 불리는 바위섬이다. 멀곳은 남쪽으로 100미터 가량의 모래 둑이 이루어져 옹암포의 방파제 구실을 한다. 먼 곳과 같이 못 간다는 뜻에서 멀곳이라 불린다.
멀곳이라는 바위섬에는 무엇이 있을까? 호기심이 생겼다. 긴 다리를 건너 그 섬에 간다. 오직 바위로만 이루어진 작은 섬에 서면 15코스에 가 보았던 마니산이 보인다. 우리가 건너왔던 장봉도도 보인다. 이제 먼 곳과 같이 못 가는 멀곳이 아니라 지팡이를 집고도 건널 수 있는 가까운 곳이 되었다.
벽화마을을 지나서 장봉도 매표소에 간다. 다시 주민등록 등본을 제시하고 나서 표를 끊었다. 얼굴이 나오는 폰에 저장된 신분증은 안되고 본인인지 확인도 안 되는 주민등록등본은 된다. 장봉도 선착장에서 육지로 가는 배에 오른다.
해는 지고 날은 어두워졌다. 둘레길을 걸었던 장봉도의 모습도 어둠 속으로 점점 사라져 간다. 올해 1월부터 인천둘레길 1코스인 계양산을 필두로 마지막 장봉도까지 장장 114.6km를 다 돌았다. 그 길을 가는 동안 우리는 몰랐던 인천의 역사와 지형,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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