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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길

삼남길 경기2길 인덕원길 – 옛 교통의 중심지를 지나는 길

연애란 인간의 종족번식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본능적인 행위이다. 여자에게 있어 남자, 남자에게 있어 여자는 단지 생물들이 그러하듯이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상뿐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타 동물과 다른 점,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인간은 자신의 본능을 억제하고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가끔 우리는 이성을 잃고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생물학적 본능을 억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욕구를 발산하기 위하여 이성에게 폭력을 가하기도 하고, 자신의 자식을 위해서는 어떠한 불의도 서슴지 않는 그런 사람들을 본다.


오늘 가는 길은 인덕원길이다. 인덕원은 생물의 가장 본능적인 종족번식의 기능을 제거 당하고 평생을 살다가 생을 마친 환관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거세를 당하면 본능적인 욕구도 역시 상실된다. 그래서인지 인덕원이란 지명은 조선시대 환관들이 한양에서 내려와 살면서 물욕이나 성욕을 채우는 대신 주민들에게 덕을 베풀었다 하여 인덕(仁德)이란 말에 마침 이곳 관리들의 숙식처였던 원(院)이 있어 인덕원이라 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덕원터
학의천

인덕원을 기점으로 안양과 의왕으로 지역이 나뉘어 진다. 안양은 서울, 과천, 의왕, 군포, 광명, 시흥과 접해있는 지역으로 삼국시대에도 중요한 요충지였다. 처음에는 백제 땅이었다가 그 다음에는 고구려 땅이 되었고 삼국통일 이후에는 신라의 땅이 되었다. 지금도 인덕원은 의왕·안양·과천, 성남의 분기점으로 교통의 요지다. 인덕원에서 동쪽으로 청계산과 백운산의 경계 고개를 넘으면 분당이 나온다. 분당은 지금은 성남시이지만 예전에는 경기도 광주군에 속했다. 의왕도 일부 지역은 광주군에 속했다. 의왕이란 지명은 광주군에 속했던 '의곡면'과 '왕륜면'이 합쳐지면서 의곡면의 '의'자와 왕륜면의 '왕'자를 따서 만들어진 것이다.


인덕원길은 학의천을 걷는 길이다. 학의천의 발원지는 백운산이다. 학의천은 백운산 기슭부터 안양천까지의 딱 4.5km다. 인덕원은 그 짧은 학의천의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다. 학의천에는 자전거길과 도보길이 청계사까지 이어져 하이킹이나 산책하기 좋은 장소다. 휴일이면 필자는 다른 일이 없으면 학의천을 걷는다. 학의천이란 지명은 발원지인 학의동 때문에 붙여진 것인데, 동국여지승람에는 학고개천으로 기록되어 있다. 학의천변을 걷노라면 아름다운 꽃들과 왜가리, 청둥오리, 쇠백로, 쇠오리, 논병아리, 자라 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학의천에서 백운호수까지 걷다 보면 돌다리도 만나고 수석원도 만난다. 이 수석원에서 직진을 하면 청계산 등산로 입구에 있는 청계사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가면 백운호수가 나온다. 삼남길은 백운호수로 가는 오른쪽으로 가는 길이지만 청계사로 가는 길이 더 아름답고 볼 것이 많다.

백운호수

인덕원길의 마지막 종착지는 백운호수다. 백운호수는 1953년 안양과 평촌 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든 인공호수다. 청계산, 백운산과 모락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주위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테크길도 조성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모터보트, 수상스키를 즐기고 선남선녀들이 테크길을 거닐며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 그늘이 없는 하천변을 걷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덕원길은 3.5km 정도의 짧은 코스다. 그 짧은 코스지만 덕을 베풀고 마지막 삶을 살았던 환관들의 삶의 장소를 탐방해 보고 인간의 본능과 이성, 동물과 인간의 다른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