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주길

삼남길 경기4길 - 백로와 오리가 노니는 서호천을 따라 걷는 길

마릴린 먼로는 일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던 중 기자회견에서 "화장실에서 소변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녀의 이 발언은 당시 큰 화제를 모았으며 일부 사람들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였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녀의 유머감각을 엿볼 수 있는 농담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언론은 이 발언을 그녀의 사생활과 인격에 대한 비판과 조롱의 소재로 이용하기도 했다.

먼로의 이 발언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건강의 기본인 잘 먹고 잘 배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켜 주는 일화로 기억되고 있다.

오늘은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화장실 문화전시관이 위치한 해우재를 경유하는 경기 삼남길 제4길 서호천길을 걸어보자

 


경기 삼남길 제4길 서호천길은 수원의 역사와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산책로다. 지지대비에서 출발하여 해우재, 여기산, 서호공원을 거쳐 가는 약 8km의 코스는 도보로 약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 길을 걸으면 정조의 효심과 화장실 문화, 백로의 생태와 낙조의 경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지지대비는 순조 7년(1807)에 화성어사 신현이 건립하였다. 지지대비는 정조가 현릉을 찾아가던 길에 있는 고개로, 정조가 현륭원 참배를 마치고 환궁하는 길에 이 고개를 넘으면 다시는 현륭원이 있는 화산을 바라볼 수 없었기 때문에 이곳에 행차를 멈추고 현륭원 쪽을 되돌아보면서 떠나기를 아쉬워했다고 한다. 이때 정조의 행차가 느릿느릿 하였다고 해서 이곳의 이름을 한자의 느릴 지(遅) 자 두 개를 붙여 지지대(遅遅臺)라고 부르게 되었다.

 



지지대 쉼터에서 산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해우재에 도착한다. 해우재는 대한민국 최초의 변기 모양 박물관으로 세계 각국의 화장실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해우재 주변에는 공원과 어린이 체험관 등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해우재



해우재는 화장실 문화운동에 앞장섰던 고 심재덕 전 수원시장의 유족들이 수원시에 기증한 것으로 세계에서 유일한 화장실 전시관이다.

이곳은 1960-70년대에 시골에서 볼 수 있었던 다양한 변소, 칙간, 똥지게 모습 등을 볼 수 있는 화장실 문화 전시관으로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옛 추억을 떠올리며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장소다.

 


해우재를 나와서 큰길을 따라 가다가 이목 지하차도를 건너 조금 지나면 서호천이 나온다.

 



서호천길의 가장 큰 매력은 서호천변의 백로와 청동오리를 보는 것이다. 도심 속의 작은 산인 여기산이 서식지인 백로는 겨울철이면 여기산에 머무르며 이곳 서호천에서 먹이활동을 한다. 백로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귀한 새로서 국립생태원에서 보호하고 있다.

 

서호


서호천길의 마지막 목적지는 서호공원이다. 서호호수 위에도 수많은 철새들이 모여 장관을 이루며 이를 보기 위해 많은 사진애호가들이 연신 셔터를 누른다.

 

서호공원


삼남길 서호천길은 역사와 문화, 자연과 생태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다채로운 코스다. 이 길을 걷고 나면 정조의 효심과 백로의 우아함, 낙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삼남길 서호천길은 어느 계절에나 좋지만 겨울에 백로를 보러 가면 더욱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

 

화서역 철길


어제 저녁 일기예보에서는 오늘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릴 것이라고 했지만, 친구들과의 약속 때문에 여행길을 강행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비 한 방울 떨어지지 않았고 강풍도 불지 않았다. 오히려 날씨가 맑고 깨끗했으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걷기 좋은 하루였다.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보람찬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