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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관악산둘레길 과천구간 - 연녹색의 숲길

서울의 남쪽에는 관악산이 있다. 그 관악산은 모습이 마치 큰 바위기둥을 여러개 세워놓은 것처럼 보여서 '갓 모양의 산' 이란 뜻으로 '갓뫼' 또는 '관악'이라고 했다. 또 옛 사람들은 서울에 화재가 많이 나는 이유가 관악산의 산봉우리가 불과 같고 산에 물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불을 누른다는 의미로 산 꼭대기에 못을 파고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옆 양쪽에 불을 막는다는 상상의 동물인 해태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

그 관악산에는 서울구간, 과천구간, 안양구간의 3개의 코스로 나누어진 관악산둘레길이 있다. 그 중 남태령망루에서 과천향교를 거쳐 안양경계 간천약수터를 잇는 과천구간을 소개한다.

4호선 남태령역 2번 출구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남태령망루가 나온다. 이곳이 과천둘레길 과천구간의 출발지다. 남태령은 한양에서 충청, 전라, 경상으로 향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그들은 이곳을 지나 수원, 안성을 거쳐 남쪽으로 내려 갔으며 반대로는 이 길을 거쳐 사당동, 동작동, 흑석동을 거쳐 한강을 건너 한양에 이르렀다. 남태령 망루가 있는 고개는 원래 여우고개라 불렀는데 정조대왕이 사도세자 능행길에서 이 고개에서 쉬면서 고개이름을 묻자 과천의 이방이 임금에게 속된 이름을 말할 수 없어 남태령이라 대답한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출발지인 남태령 망루에 서니 아카시아 꽃 내음이 코끝을 진동한다.

남태령 3.1운동 만세시위지


일제는 조선의 백성들을 양반중심의 꽉막힌 세상에서 민주주의 문명국가로 탈바꿈시켜 준다고 속여 조선을 병합했다. 그러나 일제는 양반 중심의 조선보다 더 악날한 방법으로 일반 민중들을 수탈했다. 3.1운동은 그 일제의 압제와 수탈에서 벗어나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를 위해 일어났다. 이곳 남태령에서도 3.1운동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남태령 3.1운동은 과천 주민이었던 이복래가 주도하여 과천읍내로 행진하여 시위를 벌였다.

과천의 용마골을 지나 관악산 기슭으로 올라간다. 다양한 모양의 표시판이 곳곳에 있어서 그 표시판만 따라가면 길을 잃지 않고 쉽게 갈 수 있다.

오솔길이란 이름은 '오소리가 배를 깔고 지나가면서 생긴 좁은 산길'이란 뜻에서 유래했다. 그 오소리가 다니는 오솔길을 지나 계곡을 건너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홀로 산을 걷는다.

연녹의 빛은 언제나 나의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나는 연녹의 빛을 가장 좋아한다. 그 연녹의 빛을 깨치고 관악산과 과천시를 바라보며 목적지를 향해 길을 걷는다.

잠시 산을 내려오면 과천향교가 나타난다. 향교는 조선시대 국가에서 설립한 지방 교육기관으로 중·고등학교 수준의 교육을 담당하였고, 양민 이상이면 향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과천향교는 1398년, 조선 태조 때 처음 세워졌다. 그러나 여러 전란으로 불에 타 버리고 1690년, 숙종 때에 과천 서이면에서 지금 이 공간으로 옮겨 지었다.

 

과천향교를 지나 다시 관악산 기슭으로 들어간다.

관악산율목정(冠岳山栗木井)이란 바위에 새긴 글자가 보인다.  관악산 밤나무 우물이라는 뜻이다.  아마 이곳에 밤나무가 있었고 우물이 있었나 보다.

과천향교 옆 관악산 기슭을 타고 물 없는 계곡을 지나 과천청사를 좌측에 두고 길을 걷는다.

수많은 고난과 질곡을 겪고 세월을 견뎌낸 나무를 본다.  손톱도 들어가지 않을 탄탄한 근육질의 나무껍질은 저 나무가 얼마나 많은 태풍과 비바람을 견뎌 왔는지 말해준다.  저 나무를 볼 때 작은 고통에도 몸부림치는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

계곡 사이에 놓인 다리를 건너 작은 통로를 빠져 나오면 큰  도로가 나온다. 큰 도로를 건너 숲으로 난 길을 따라 간다.

그곳에 야생화학습장이 있다. 

비, 바람, 폭풍을 그대로 견디며 자란 야생화들, 나는 온실에서 길러진 화려한 꽃보다 들에 마구잡이로 피어난 야생화가 좋다. 

수많은 씨앗 중 하나가 발아되어 알맞은 온도, 알맞은 계절의 변화, 정확한 비율의 공기의 농도,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태양의 빛의 조화로 피어난 생명!  이 한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 바람, 폭풍과 뜨거운 태양을 견뎌내었을까?  이렇게 한 송이 작은 꽃이 피어난 것은 하나의 기적이다.  아니 생명 자체가 기적이다.  그 꽃들에 취해 잠시 가던 길을 잊는다.

쉬엄쉬엄 걷다 보니 어느덧 관악산둘레길 과천구간의 마지막  간천약수터에 왔다.

난이도 보통이라고 해서 걸었는데 나에게는 난이도가 보통이상이다.

하지만 행복한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