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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서울대공원 산림욕장 가는길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원은 지금의 창경궁 안에 있었다. 1987년까지 창경궁은 창경원이란 이름으로 동물들이 가득했다. 창경원은 일제가 붙인 이름이다. 일제는 한반도의 지배권을 강화시키기 위해 조선이 다시 살아날 불씨를 없앴다. 조선의 상징인 경복궁 앞에는 조선 총독부를 짓고 왕이 집무하던 창덕궁, 창경궁은 전각을 헐어 동물원을 만들어 동물들이 뛰놀게 하고  수많은 벚나무를 심어 조선의 정기를 말살시켰다. 국민들의 청원이 빗발치자 정부는 1987년에 창경궁의 동물원을 과천으로 옮기고 옛 궁궐의 모습으로 변화시켰다. 서울대공원 역 2번출구를 나오면 그 동물원으로 갈 수 있다. 그곳에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다. 그들은 모두 등산복을 입고 배낭을 매고 있다.

그들이 어디론가 물 흐르듯 휩쓸려 간다. 삼삼오오 길을 걷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대공원의 무슨 행사가 있는 것일까? 동물 구경을 하러 가는 것일까? 그들을 따라가 본다.

어르신들이 서울대공원을 지나 동물원으로 정문으로 들어간다. 

동물원 안에는 철창에 갇힌 동물들이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강제로 자유 의지를 빼앗겼다.  유리창에 갇힌 원숭이는 이유도 없이 자신의 털을 뽑고 유리창에 머리를 박고 괴로워한다.  코끼리는 몸을 앞뒤로 흔들고 콘크리트 바닥에서 관절염과 염증에 시달린다. 좁은 철창에 갇힌 동물들은 동물원에서 주는 먹이만을 받아먹기 때문에 먹이를 사냥하거나 다른 무리와 세력 다툼을 할 기회도 없다. 아프리카의 오염이 안된 신선한 음식도 먹지 못하고 편안한 휴식도 취할 수 없다. 그들에게는 야생의 위협으로부터 탈출할 생존본능도 없고 사냥본능도 없다. 지금 동물원을 걷는 노인들도 비슷한 삶을 살았다. 그들은 평생을 조상을 받들고 자녀들의 생계를 위해 철창 같은 조직에 구속되어 살아왔다. 그 세대들이 드넓은 대자연에서 살다가 포획되어 좁디 좁은 냄새 나는 우리 속에 갇혀 있는 불쌍한 동물들을 보러 갈리는 없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다름아닌 자연을 품은 산림욕장이다. 홍학과 기린이 있는 곳을 지나 호주 동물들이 있는 호주관 옆길에는 산림욕장으로 가는 길이 있다. 이곳에 산림욕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동물원은 주로 동물을 구경하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떨치기 위해 왔었다. 그러나 우리에 갇힌 동물을 보고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고 되돌아 가곤 했다. 

산림욕장 입구

노인들은 경로우대증을 가지면 동물원은 무료로 들어갈 수 있기에 주로 이곳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 증만 있으면 공원 외에도 지하철도 무료로 탄다.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기에 노인을 위한 복지지출의 증가는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의료비의 급격한 증가는 젊은 세대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대중교통 및 공원의 무료개방은 노인들이 자발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노인 의료복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약하는 효과가 되는 것이다. 


지하철 경로석에 앉아있는 한 아가씨가 눈을 감고 자는 척 하고 있었다. 노인이 아가씨를 흔들어 깨웠다. “아가씨! 여기는 경로석이야.” "할아버지 저 돈 내고 탔는데 왜 그러세요?" 그러자 노인이 말했다. " 여긴 돈 안 내고 탄 사람이 앉는 자리야." 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이 이야기는 아마 노인을 부양하기 위해 엄청난 세금을 부담하는 젊은 사람들이 노인들을 비아냥거리며 지어낸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만일 노인들에게 그런 무료혜택을 주지 않는다면 노인들은 밖에 나가지 않을 것이고 운동을 할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병에 걸릴 것이고 끝없이 늘어나는 인간의 수명, 때문에 대부분의 노인들은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병원에 누워 있을 것이다. 정부의 의료 부담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고 그것은 결국 젊은 사람들의 부담은 노인에게 무료혜택을 주지 않을 때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알밤이 떨어져 바닥에 뒹군다. 벌써 가을이다. 식물들은 계절에 변화에 따라 때에 따라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식물들이 시간의 흐름을 잊은 적은 없다. 자연의 조화가 오묘하다. 

정자에 ‘못골산막’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이곳은 예전에 마을과 ‘선녀못’이라는 연못이 있었다. 선녀못은 이곳에 살던 아낙네들이 낮에는 빨래를 밤에는 목욕을 즐기던 곳이었다. 하루 종일 가사노동과 농사에 시달렸던 여인들이 목욕을 하면서 스스로 밤에는 선녀라고 생각하고 잠시나마 위안을 받았던 것이다. 

청명한 가을 날씨에

흰 구름 살이 날아간다.

 

그 구름의 내 마음도 실려

어디론가 날아간다.

황토길을 따라 맨발로 걸으며

명상에 잠긴다.

 

맨발로 걷는 것은 건강에 좋다.

특히 황토길을 밟는 것은

발의 느낌도 좋다. 

세월 전

나그네에게 쉬원한 그늘을 선사했던

커다란 고목은 이제

나그네의 쉼터가 된다.

오솔길가에 얼굴을 내민 버섯에

잠시 길을 멈추고

길들여지지 않은 들꽃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이야기에

귀도 기울여본다.

길 중간에는

약수터가 있어

나그네의 목을 추기기도 한다.

이 길은 일반적인 산책보다 등산에 가깝다. 오르막 내리막이 연달아 이어진다.  그러나 아름다운 꽃들을 구경하며 수목에서 내뿜는 피톤치드를 마시며 피로함을 잊는다. 피톤치드란 식물이 자라는 과정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발산하는 살균 물질이다. 녹음이 우거진 숲에서 맑은 공기, 푸른 하늘릏 보며 피톤치드를 흠뻑 마시면 걱정과 근심은 단숨에 사라진다..

수많은 길이 있다. 철 다리, 통나무 다리가 있는 길도 있고 비탈을 따라 굽이굽이 놓여진 길도 있다. 누군가 지나가면 반드시 그곳에는 길이 생긴다. 길이 없는 곳은 누군가 지나가지 않은 곳이다. 사람들은 길을 따라간다. 그러길래 처음에 길을 만든 사람들이 길을 잘 만들어야 한다. 그가 만든 그 길을 따라 누군가가 뒤에 따라 걷는다.

동물원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이다. 모든 것이 보이면 마음 속 불안은 모두 사라진다. 이것은 살아있는 동물의 원시본능이다. 맹수가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안정을 갖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누가 이 나무에 구멍을 뚫어 놓았을까? 나무는 기꺼이 다른 생명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다. 

청계산
독서하는 숲

소나무 숲길에 들어선다, 우리나라 소나무는 나무줄기가 붉어서 적송이라고 부른다. 소나무의 송(松)은 모든 나무(木)의 윗자리(公)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소나무는 오래 살고 사시사철 늘 푸르러 장수와, 절개, 지조를 상징하며 선비들의 덕목으로 삼았다. 하지만 요즘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기에 때로는 자신이 믿던 신념이 잘못된 것이라면 굽힐 줄도 알아야 한다. 소나무는 식물이 자라는 과정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발산하는 살균물질인 피톤치드를 다량 내뿜는 것으로 알려진다. 소나무 숲에 들어가서 그 향기를 마시거나 피부에 접촉시키고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경관을 바라보면 저절로 몸이 건강해진다

산림욕장 출구

산림욕장을 나오자 가을빛 아름다운 코스모스가 활짝 피었다. 흔들리는 코스모스 꽃 속에서 연인들이 숨바꼭질하며 사랑을 쌓는다.

동물원을 나와서 처음에 왔던 대공원역으로 되돌아 간다. 돌아가는 그 길에도 가을은 이미 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