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가 지나가는 광명에는 구름산, 서독산, 가학산, 도덕산, 광명산의 5개의 나지막한 산이 있다. 그 중에 200미터가 넘는 산은 오직 가학산과 구름산의 2개의 산이다. 구름산은 높이 237m의 산으로 조선 후기부터 구름 속까지 솟아 있다고 해서 구름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가학산은 해발 220.2m의 산으로 구름산과는 능고개를 사이에 두고 있다. 가학동은 학들이 멍에처럼 마을을 둘러쌌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마을 뒷산이 풍수지리로 볼 때 학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라고 하여 가학산이라 부른다. 광명에는 그 구름산과 가학산을 순환하는 광명 누리길이 있다.
광명둘레길이라 불리기도 하는 광명누리길은 '보건소를 기점으로 금강정사과 광명동굴을 연결하는 5.9km의 1코스와 '광명동굴, 영회원, 보건소를 연결하는 5.4km의 2코스 등 총 11.3km의 순환형으로 이뤄져 있으며 각각 광명동굴 숲길, 역사유적 숲길, 구름산 전망 숲길, 피톤치드 둘레 숲길의 이름으로 안내가 되어있다.
아침 일찍 광명누리길을 가기 위해 독산역에서 75번 버스를 타고 광명시 보건소 앞에서 내린다. 광명보건소 맞은편으로 구름산으로 가는 산길 계단이 보인다. 그 산길을 따라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올라간다. 그들을 따라 간다.
그루터기를 타고 올라가는 덩굴식물들이 오랜만에 내린 비에 새 생기를 얻고 힘차게 기어 오른다. 구름산 입구에서 시작하여 총 거리는 12km를 걸어 되돌아 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4시간이고 난이도는 쉬운 편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그 말만 믿고 누리길을 걷는다.
중간마다 정자가 있어 휴식을 취한다. 수많은 아파트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는 광명시, 날로 늘어나는 인구에 자동차들의 주차난이 심각하고 출퇴근 시간에는 자동차로 다리 하나를 넘어가는 데만 수십 분이 소요되어 차라리 걷는 속도가 자동차 속도보다 빠르다.
소나무, 산철쭉, 으름덩굴, 갈참나무, 떡갈나무, 서어나무 등 온갖 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산길을 가노라면 그 나무들이 그늘이 되어 강렬한 햇빛을 막아준다. 그런데 보이는 참나무 마다 아랫부분을 비닐로 감싸 놓았다. 참나무시들음병 방제를 위해 끈끈이 롤트랩을 설치한 것이다.
연료를 나무에만 의존했던 60, 70년대에는 전 국토는 새빨간 민둥산으로 산에는 나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부에서는 삼림감시원을 두어 더 이상 산에서 나무를 채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집집마다 아궁이를 개량하여 연탄을 사용하게 했다. 그 시절 식목일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심은 나무들이 지금은 이렇게 자랐다.
요즘은 어느 산길을 마다 곳곳에 운동기구들이 있는 쉼터를 만나게 된다. 쉼터에서 잠시 허리운동을 하고 약수터에 들러 땀을 닦는다.
일제강점기 징용과 수탈의 현장이자 해방 후 근대화, 산업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산업유산인 광명동굴이다. 광명 동굴은1912년부터 1972년까지 일제 강점기를 거쳐 광부들의 피땀의 결과로 만들어진 총 길이 7.8km에 달하는 금광이다.
많은 사람들이 광명동굴을 구경하고 나서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이렇게 산행 중에 먹는 음식은 꿀맛이다.
사람들은 광명동굴부터 제2 주차장까지 코끼리 열차를 타고 이동하기도 하고 테크길을 따라 걸어서 이동하기도 한다.
작은 발로 땅을 딛고 하늘을 향해 높이 뻗은 나무들이 보인다. 그 나무들은 어떤 태풍에도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나무는 겉 모습과 달리 땅 속 깊이 자신의 크기만큼이나 그 몸을 지탱할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의 힘은 겉모습이 아니라 그 속에 얼마나 깊은 의식이 내재되어있는가에 달려있다. 그 의식은 그렇게 쉽게 만들어 지지 않는다. 그 의식 하나하나 마다 수많은 고뇌와 고통, 아픔과 시련이 있다. 그 아픈 세월만큼 마음의 근육이 생기고 생각의 나이테가 겹겹이 쌓여간다.
제2 주차장에서 소하리로 가는 갈림길까지 널찍한 길을 따라 걷는다.
가는 길에는 가학산을 상징하는 학의 조형물도 있고 밋밋한 길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시들도 전시되어 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재2 경인고속도로에는 대한민국의 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화물차들이 달리고 있다.
둘레길이 군부대에 막혀 잠시 산 밑으로 인도한다.
그곳에는 가을을 상징하는 결실의 열매들과 채소들이 익어간다.
안내표시 판은 군부대 담장을 따라 다시 산길로 인도한다. 누리길이라고 해서 쉽게 보았던 것이 후회가 된다. 호흡은 가빠오고 땀은 수없이 흐른다.
점점 다리가 아파오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길에 목표가 1.3 Km 남았다는 안내표시 판이 보인다.
생명은 참으로 오묘하다.
아무리 쾌적하고 안락한 환경에서도 견디지 못하고 생을 포기하는 생명이 있는가 하면
이처럼 척박한 환경에서도 굴하지 하고 한없이 뻗어가는 강인한 생명도 있다.
저 생명들의 크기만큼이나 그곳에는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자신만의 스토리가 담겨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은 위대하다.
장장 12Km의 긴 여정을 3시간 반에 걸쳐 완주했다.
모든 힘이 다 빠지고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오늘도 새로운 길을 걸었다는 기쁨에 모든 고통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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