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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관악산둘레길 안양구간 - 망해암과 안양예술공원을 지나

서울의 경복궁은 특히 화재가 많이 일어났다. 그 때문에 관악산이 화기가 많기 때문이라는 설이 생겨났다. 사람들은 관악산의 화기를 막기 위해 경복궁 앞에 해태를 세우고 청량리에 화기를 막는 절이 세워졌다.

제3공화국 때 청량리에 있던 그 절을 없애고 대왕코너를 지었다. 당시 해당 절에 있던 승려들은 그 절을 없애면 그곳에  큰 화재가 세 번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그 절은 없어졌고 그곳에 대왕코너, 그랜드 백화점, 맘모스 백화점등 건물이 세워졌다. 그리고 예언대로 그때마다 대형 화재가 일어났다. 사람들은 믿거나 말거나 관악산의 화기를 막는 절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화기의 중심인 관악산을 끼고 도는 관악산둘레길이 있다. 둘레길은 3개의 코스로 나누어 서울구간, 과천구간, 안양구간이 있다.

오늘은 지난번에 이어 안양과 과천의 경계 간천약수터에서 석수역을 잇는 관악산둘레길 안양구간을 소개한다.

가끔 혼자 걷고 싶을 때가 있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기분도 우울한데 메마른 관악산에 간간히 비까지 내린다.

이렇게 습도가 많은 날엔 걷기도 힘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습도가 많은 날씨에 오르막을 뛰는 사람도 있다

아무도 없는 황량한 관악산의 쉼터!

까치 한 마리가 나처럼 홀로 고독을 즐기고 있다.

관악산둘레길 산림욕장에 있는 자연학습장에서 자연의 들꽃을 감상하니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 아니 우울한 마음이 아예 사라졌다.

이제 세상의 모든 근심은 사라지고 모든 것이 평화롭고 고요하다.

쉽고 편한 길은 지루하다. 그저 남들이 정해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생각도 없어지고 내 몸은 그 길을 따라 저절로 움직인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는 대로 살다 보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그나마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도 다행이다. 사는 대로 살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살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 없이 걷다가는 큰 낭패를 당하기 쉽다.

가끔은 표시판도 없어지고 물어 볼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그럴 땐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군부대와 축구장 사잇길로 관악산이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가는 것이다.

그 방향대로 가다 보면 제대로 가는 것이고 다시 표시판도 보이게 된다.

비탈진 주택가를 따라 가파른 산길을 따라간다.

그렇게 오르다 보면 다시 쉽고 평범한 비봉산 산책길이 나타난다.

다시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포장된 길을 만나고 보덕사라는 절이 나오고 드디어 망해암 절이 보인다.

일출로 유명한 망해암은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고 하나 정확한 기록은 없다.

망해암에 대한 기록은 조선 전기부터 나타난다. 조선 세종 때 조세를 운반하던 배가 월미도 부근을 지날 때 심한 풍랑으로 인하여 전복될 지경에 이르렀다. 선원들이 당황한 채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뱃머리에서 어떤 승려가 나타나 그들을 진정시키고 인도해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 풍랑이 잠잠해진 뒤, 한 선원이 고마운 마음에 승려가 사는 절이 어디인가를 묻자 관악산 망해암에 있다고 대답한 뒤 홀연히 사라졌다. 선원들이 한양에 도착하여 은혜를 갚기 위하여 망해암을 찾았으나 승려는 없고 그와 용모가 아주 흡사한 불상만이 법당에 봉안되어 있었다. 그들은 깨달은 바가 있어 나라에 상소를 올려 이 사실을 알렸는데, 이를 가상히 여긴 세종은 매년 공양미 한 섬씩을 불전에 올리도록 하였고 이러한 공양은 조선 후기에까지 지속되었다고 한다.

아무도 없는 고요만이 가득한 산 속
가파른 산비탈엔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말은 말로서 모든 것을 망가뜨린다.
차라리 이렇게 아무 말없이 숲 속을 헤매는 것이 낫다.

간간히 내리는 비를 맞으며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인간들의 세상을
천상의 눈으로 바라보며
걷다 보니
어느덧 안양예술공원에 도착한다.

각종 예술품이 진열되어 있는 안양예술공원에서 예술품을 감상하며 길을 걷는다.

안양사

안양시의 지명이 생간 근원지인 안양사는 신라 효공왕 3년 고려 태조 왕건이 남쪽을 정벌하러 지나다 삼성산에 오색구름이 피어 오르자 이를 이상히 여겨 살펴보다가 능정이란 스님을 만나 세워진 사찰로 전해진다.

금강사

금강사를 지나 주택가를 지난다.

산과 산을 뚫고 안양과 분당을 잇는 고속화 도로, 인간의 편의를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그 끝은 어디인지, 그래도 그 문명의 사이에는 꽃들이 피어나고 개들이 힘차게 놀고 있다.

그렇게 쉬엄쉬엄 힘겹게 고독을 즐기며 걷다 보니 어느덧 종착지인 석수역에 도착했다.
힘은 들었지만 혼자 생각하며 걸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