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는 8의 긍정적인 의미를 담아서 수원 곳곳을 연결하여 수원의 역사, 문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거리를 만들었다. 그 두 번째 길인 2색 지게길을 소개한다.
지게길은 광교마을과 파장초등학교를 이어주던 학생들의 등굣길이며, 나무꾼이 나무를 하러 다니던 옛 길로 호젓한 광교산 숲길과 광교천 수변을 즐길 수 있는 길이다. 코스는 광교쉼터를 출발하여 광교천, 용수농원, 모수길 교차점, 한철약수터, 뱀골 주말농장, 항아리화장실을 거쳐 파장시장까지 가는 지게모양의 총 길이 7.1킬로미터의 비교적 쉬운 길이다.
이름조차 정다운 지게길은 나무꾼들이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하러 다니던 길이다. 지게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운반기구이다. 그 지게로 농사에 필요한 거름이나 곡물, 나무, 풀 등은 물론 운반하는 사람의 몸무게의 몇 배가 되는 벽돌과 물통도 지어 나를 수 있다. 옛 사람은 그 지게를 지고 징검다리, 논길, 벼랑길, 산길, 들길 등 어떤 길도 다녔다. 지게는 우리 지형에 맞는 최고의 발명품이다.
시작은 경기대학교 입구에 있는 광교 쉼터에서 시작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살아있는 자는 물을 찾는다. 맹수가 자신을 노리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물을 찾는다. 물을 지배하는 자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 지배하는 자는 물을 가두고 관리하고 저수지를 만들어 피지배자들의 생계를 위해 가뭄과 홍수를 대비했다. 여기에도 그 저수지가 있다. 저수지치고는 제법 널따란 광교 저수지에서 출발한다.
자신의 키보다 곱절이 되는 나뭇짐을 지고 광교저수지의 아름다운 수변을 끼고 간다고 상상한다. 여름에도 울창하게 나무가 우거져 그늘 사이로 걸으면 그다지 더운 줄을 모르고 걸을 수 있다. 총 길이 1.9 킬로미터의 수변데크 산책로를 따라 아름다운 저수지를 보며 길을 걷는다.
잠시 지게를 내려놓고 낮잠을 잘 수 있는 쉼터가 보인다. 네 개의 기둥에 볏 집으로 만든 초가지붕을 씌어 햇빛을 가린 원두막이다. 사방이 뚫려있어 바람이 들어와 시원하다. 우리는 시원하다는 말의 뜻을 잘 못 이해하고 있다. 시원하다는 말은 통하고 뚫린다는 뜻이다. 차갑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시원하다는 말의 뜻을 잘못 알고 있으면서 말의 사용은 적재적소에 잘 한다. '일이 시원하게 풀린다.'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일을 보았다.' '뜨거운 물 속에서 시원하게 몸을 풀었다.
쉼터를 기점으로 저수지를 가로질러 건너 광교산을 끼고 수변을 따라 또 걷는다. 길가에 밤나무에 밤도 탐스럽게 익어가고, 들판에 코스모스엔 벌과 나비가 분주히 꿀을 빨고 있다.
농가에 소가 한가로이 지나가는 나를 바라보고, 들판에 벼도 풍성하게 지나가는 가을을 즐긴다.
들판을 지나 광교산 허리를 타고 넘어간다. 가파른 길이 아닌 완만한 길이라 지게를 지고 쉬 갈 수 있는 곳이다.
고개를 넘어오면 항아리 모양의 화장실이 보인다. 수원시가 국민의 올바른 공중화장실 문화를 정착하고 개선하고자 만든 화장실로 항아리를 주제로 한 공중화장실이다. 외국에 나가면 많은 나라들이 화장실을 사용하는 데 돈을 받는다. 돈을 받는 화장실도 무척 더럽다. 우리나라도 몇 십 년 전까지는 화장실 사용에 돈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에서 화장실이 가장 깨끗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아닐까 쉽다. 사용하기에도 편리하다. 겉모습만큼이나 내부도 아름답다.
드디어 마지막 종착지인 정이 넘치고 인심이 풍부한 전통시장인 파장시장이다. 파장시장은 1980년대 파장초등학교 앞으로 상인들이 모이면서 생겨난 시장이다.
지게길은 굳이 등산화나 스틱도 필요 없이 갈 수 있는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인생길에 가끔은 이렇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엄쉬엄 산책 삼아 걸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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