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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누리길

양평 물소리길 5코스 - 흑천길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서 시작한 물소리길
그 길을 다시 이어서 간다.

원덕역에서 용문역까지
오르막이 전혀 없는 평탄한 길
그 길을 따라서 간다.


며칠 전 내린 비로
모를 심은 논에는 물이 가득하고
길가에 애기똥풀도
생기가 가득하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유행가 작사가는 어떤 아픈 사연이 있기에
하얀 찔레꽃을 왜 붉게 만들었을까?

 

저 산 정상에 서서 바라보면
일곱 개의 읍이 보인다 한다.

그래서 저 산을 칠읍산이라 불렀는데
지금은 추읍산이라 부른다.

그 추읍산을 병풍 삼아 흐르는 물이 흑천이다.

 

흑천은 이 하천 바닥의 돌이 검은색으로 물빛이 정말 검게 보인다.

 

그래서 붙인 이름이 흑천이다.


양평의 깊은 계곡의 깨끗한 물을 머금은 논과 밭을 바라보면 내 마음도 깨끗해 지는 것 같다.

지칭개(좌)와 자주달개비(우)
애기똥풀

수천억 개 우주의 별 중에서 이 지구의 흑천 물가에 서서 지칭개꽃, 자주달개비, 애기똥풀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얼마나 큰 기적 같은 행운일까?

지구는 태양을 향해 적당히 기울어져 사계절이 뚜렷하고, 그 때문에 대류가 일어나고, 물이 생성되고, 화학적 작용이 생기고, 태양과 광합성 작용을 하여 엽록소가 생기고, 산소가 생겨 이 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는 것은 또 얼마나 큰 기적일까?


그 곳에서 물놀이도 즐기고
자전거도 타면서
대자연을 내 정원 삼아 사는
우리는 또 얼마나 행복할까?


그 초록의 행복 속에
벌들은 꽃을 찾아 날아다니고
물새들도 행복의 날갯짓을 한다.

 

이곳 용문면 삼성리에도 냇물 바닥에 검은 돌이 있어 물 빛이 검은색으로 보여 거무내마을이란 지명이 있다.

 

갑자기 좁아진 길
담벼락을 타고 조금 길을 걸으면
하천의 거센 물길과 마주한다.

며칠 전 비가 내려서 물이 많이 불어난 이유다.

 

내가 걷는 길까지는 물이 차지 않아 다행이다.

레일바이크

길 건너 멀리 레일바이크를 타는 사람이 보인다. 이 근처에 레일바이크가 있나 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양평레일바이크가 나온다.

개복숭아
도보인증대(우)

송강 정철도 이 길을 걸었다.

관동별곡에 한 구절이 있다.

 

'강호애 병이 깁퍼 듁님의 누엇더니 
관동 팔백리에 방면을 맛디시니  
어와 셩은이야 가디록 망극하다.

연츄문 드리다라 경회남문 바라보며
하직고 믈너나니 옥절이 알픠 셧다.
평구역 말을 가라 흑슈(黑水)로 도라드니,
셤강은 어듸메오, 티악이 여긔로다. '

 

 

이 관동별곡의 흑수가 이곳 흑천을 가리킨다.


흑천을 바라보고 서 있는
수 많은 가옥들.

이곳에 별장을 짓고
자연과 함께 뒹굴고 싶다.

길가에 즐비한 벌통들


갑자기 눈앞에 길이 없어졌다.
원래는 저기 징검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징검다리는 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다.

우회를 할까 생각하다가

바지를 걷고 물을 건넌다.


흑천 건너 보이는 깎아지를 듯한 절벽은 언제 저렇게 잘려졌을까?


갑자기 나의 살던 고향마을이 그리워 진다.

그러나 얼마전 고향에 갔을 때 나의 집은 허물어져 잡초만이 무성한 채로 있었다.

용문5일장

오늘 20일은 용문의 장날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웅성웅성 정말 사람 사는 듯. 나도 그들 틈에 묻혀 사람 사는 분위기를 느껴본다.


이 길의 종착지 용문역이다.
편안하고 아름다운 길, 흑천길.
그 길에서 나는 또 하나의 행복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