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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누리길

양평 물소리길 6코스 - 용문산 은행나무길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서 시작한 물소리길
그 길의 마지막 길을 간다.

 

용문산의 은행나무를 향해 떠나는
물소리길의 마지막 여정
그 길을 따라서 간다.

 

그토록 무덥던 여름도

시간의 흐름 속에

이미 자취를 감춰버리고


10월 중순의 용문역의 아침은

가을의 계절답게 옷깃을 여밀게 한다. 


용문역앞 들판을 뒤엎은 황금물결과
추수하는 농부의 바쁜 발걸음!
진정 가을의 풍경이다.

 

고풍스런 기와집과
마을의 수호신과 같은 아름드리 나무들이
어릴 적 내가 살던 고향에 온 느낌에
어린 시절 함께 놀던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흑천길을 따라서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이 길을 곧장 가면

용문산이 나올 것이다.


이렇게 생각 없이 유유자적 길을 거닐면

세상의 온갖 시름도 사라져버린다.


빠르게 움직이며 살아왔던 시간들!

시간은 금이라며 쪼개고,

아낀 그 시간 속에 진정으로

나를 위해 남겨둔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렇게 여유를 가지며

걷는 이 시간이 진정 내 시간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양평군 씨름장과 양평생황체육공원!
도시의 잃어버린 여유가
이곳 양평에는 남아 있다.


장미가 모두 지고 없는
긴 장미터널을 지나면
아름다운 가을 들꽃이 나를 반긴다.


하천 바닥의 검은색 돌이 물빛을 검게 만든 흑천!

흑천의 물을 먹고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

생명들이 또 다른 생명의 생명이 되어

자연은 끝없이 순환된다.


그 생명들의 조화 속에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

우리 사람들은 저 자연 속에 생명을 위하여 한 일은 무엇인가?

인간들에 의해 지구의 온도는 상승되어 0.5도만 온도가 더 올라가면 지구의 모든 생명이 살 수 없게 된다고 하는데, 우리는 아직 자연의 소중함을 모른다.


덕촌리 마을 입구 바위에 조욱 선생이 썼다는 세장동구(世藏洞口)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世藏洞口
세상으로부터 나를 감췄다.

정암 조광조의 수제자인 조욱 용문선생은 기묘사화릐 여화로 이곳에 은거하였다.

세심정(洗心亭)

마을에 있는 세심정이라는 정자는 조욱선생이 이곳에 은거하며 제자들에게 도학을 강론하던 정자다. 모든 사람들이 기묘사화에 연루되어 화를 당할 때 선생은 마침 모친상을 당하여 죽음을 면한다.

동리 이름은 퇴최미이며
보진암 자리는 합당하구나
하나의 물줄기는
여러 골에서 모여 흐르며
사면은 바위에서 에워 싸였구나
쉬는 집이 있어
항상 마음이 편안하며
한평생 스스로
분수를 지키겠노라
하는 일중에
취미는 별로 없으며
쉬는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과 말하고 싶지 않네

세심정에 걸려있는 시 한편이
스승과 동지들을 잃은 선생의 심정을 말하는 듯 하다.


흑천의 물이 2개의 줄기로 나누어지는 이 곳 마을은 조욱 선생이 온 연유로 인해 퇴촌마을로 불리게 되었다.


세상에 태어나 세상을 깨끗하게 바꾸고 싶은 마음은 기득권 세력에 모함에 의해 언제나 좌절이 된다.
하지만 그 뜻만은 들꽃처럼 끈질기게 남아서 세상의 한줄기 희망이 된다.

세심대(洗心坮) 

봄에 물이 흐르는 좁은 곳을 찾으니
말을 몰아
선생이 신선이 된 곳에 이르렀네
돌로 이룬 대는 수풀에 의지하고
마을에 이르니
물은 동리 어구를 막았네
병 같은 가운데도
세상은 열려있고
밖에 보이는 형상은
하늘과 땅뿐이네
맑은 연못가를 올라가니
세심대는
나의 말을 유혹하는구나.

훗날 사방이 물과 산으로 막힌
이 산골마을에 누군가 찾아와 지은 시가 현판에 걸려있다.


길은 마을을 지나 산길로 접어든다. 달구지가 지나갈 듯한 낮은 경사도의 고갯길! 하지만 연속된 오르막에 숨이 가빠온다.


물소리길의 마지막 도보인증대가 눈앞에 나타난다. 그 동안 걸오온 물소리길 1,2,3,4 그리고 5길! 이번이 양평의 마지막 길! 완주했다는 생각에 숨이 편안해 진다.

 

도보인증대를 지나면 바로 고갯마루다.

해발 200미터 고지에 있는 논골!
오직 빗물에만 의존하는 천수답!


저 생명들은 올해 무더운 여름 가뭄을

어떻게 견뎌 냈을까?


저기 사는 농부들은

또 얼마나 고생을 하였을까?


지금까지 빈 몸으로 걸어온 길을

무거운 짐 지게에 지고 걸어 넘었겠지. 


이 사과나무에 열린 하나하나의 사과는 얼마나 많은 농부의 손길이 닿아있을까?


고개 아래에도 작은 자연 마을이 있다.
아름다운 마을 곳곳에 서있는 은행나무들!


아직 서리가 내리지 않은 가을이라
나뭇잎은 아직 푸른 빛이 남아 있다.


푸른 은행나무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용문관광단지에 들어선다.

관광단지 안 은행나무들은
밖의 은행나무와 달리 벌써 노란색이다.


단지 앞에 어린 아이들이 술래잡기를 한다.
가까이 가보니 인형이다.
지금의 도시 아이들은 이런 재미를 알까?


친환경농업 박물관을 지나 1km쯤 오르면 용문사가 나온다.


신라시대에 창건한 용문사!
곳곳에 걸려있는 수많은 연등들!
수많은 사연들과 바람들!
그들의 고통은 어디에서 오는가?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집착을 버리면 모든 고통은 없어지건만
그것을 알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우리네 인생들


고통 속에서 살다간 수많은 인생들을
지켜보고 있는 용문산 은행나무는
1300여년 동안 이 자리에 서 있다.


동양 최대의 용문사 은행나무는 신라의 마지막 태자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심었다고도 하고, 신라의 의상대사가 집고 다니던 지팡이가 뿌리가 내려 성장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임진왜란과 6.25 한국동란 등 수많은 전란 속에서도 살아남은 은행나무는 1300년이 넘은 나무임에는 틀림이 없다.


용문사 은행나무를 뵙고 내려오는 길에
잠시 출렁다리를 걸어보고

수많은 연등의 사연들을 따라 내려 오니
이미 해는 서산에 기울고 있다.


총길이 10.8Km

경로: 용문역3번출구 - 용문산관광단지

오는 교통편:

시내버스: 용문산관광단지 - 시외터미널(20분)
도보: 시외버스터미널 - 용문역(482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