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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서울둘레길 5코스 관악산코스

서울둘레길 5코스인 관악산 구간은 사당역을 출발해 북쪽 관악산 산길과 서쪽 삼성산을 타고 석수역에 도달하는 코스다. 산길이라 나무에서 내뿜는 피톤치드를 마시며 역사, 문화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다.

 

거리: 12.7㎞
난이도: 다소 어려움
시점: 지하철 2,4호선 사당역 4번 출입구
종점: 지하철 1호선 석수역 1번 출입구
안내표시: 상

몇 달 전 무리한 산행으로 인한 허리 통증 때문에 당분간 둘레길만 걷고 있다. 오늘도 둘레길의 하나인 서울둘레길 5구간 관악산코스를 걸었다. 관악산코스지만 둘레길이라 설마 했는데 계단이 많아 조금 힘이 들었다. 하지만 쉬고 또 쉬면서 4시간 코스를 장장 8시간에 거쳐 끝까지 완주했다. 출발은 사당역 4번출구에서 시작했다. 4번출구에서 남쪽 안양과천 방향으로 큰길을 따라 내려가면 서울둘레길 코스 안내가 나온다.

서울둘레길 5구간 관악산코스 스템프를 찍는 곳이다. 빨간 우체통이 보이면 어김없이 스탬프를 찍는다. 게임의 아이템을 획득하듯 재미가 쏠쏠하다.

낙성대가는 방향으로 관음사라는 절이 있다. 관음사는 신라 진성여왕 9년 도선대사가 세운 비보사찰 중의 하나라고 전하며 조선 초기에 쓰여진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변계량이 관음사의 절경을 읊은 시가 수록되어 있다. 조선시대에서도 꽤 유명한 절이었던 것 같다.

가장 싫어하는 계단이 있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이상 끝까지 갈 생각이다.

서울둘레길의 표시가 다양한 형태로 표시되어 있어 찾아가기 쉽다. 곳곳마다 빨간 우체통과 함께 안내책자와 구역안내판이 있고, 갈림길마다 리본, 지주 등으로 다양한 형태로 길을 안내하고 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서울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지상에서는 그렇게 높은 빌딩도 손톱만하고, 사람의 형체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저렇게 작은 세상에서 티끌보다 작은 것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아옹다옹하는 모습이 애처롭다.

무당골이다. 둘레길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무속신앙의 흔적이다. 옛 사람들은 우주 만물과 그 운행에 각각 그 존재와 질서에 상응하는 기운이 깃들어 있어 스스로 그 기운에 거슬리지 않고 위하고 섬기면 소원을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즈음은 개발 논리에 앞서 자연을 파괴하고 있어 안타깝다.

둘레길을 걷다가 잠시 쉬면서 읽으라고 책을 보관하고 있는 쉼터 도서함이다. 산에 올라 책을 읽는 것보다 이렇게 오감을 통해 느끼는 모든 것이 더 큰 배움이다.

탁 트인 전망대에서 발 밑 세상을 바라본다. 모든 번뇌가 일시에 사라지고 시원하게 가슴이 뻥 뚫린다. 원래 시원하다는 말은 ‘서늘하다’는 말이 아니라 ‘막힌 데가 없이 활짝 트이어 마음이 후련하다’는 뜻이다. 지금이 바로 막힌 데가 없이 활짝 트이어 마음이 후련하다. 시원하다.

강감찬 장군 생가터에 세워졌던 낙성대 삼층석탑

 

강감찬 장군의 사당 안국사

낙성대 공원이다. 전쟁에서 큰 성과를 이룬 을지문덕, 서희, 강감찬 장군들은 대부분 무신이 아니라 문신이었다. 낙성대는 고려시대 명재상인 감감찬이 태어난 곳으로 성역화하고 공원으로 조성하여 시민에게 개방하고 있다. 그가 출생할 때 별이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하여 이 생가터를 낙성대라고 불렀다.

 

낙성대 공원을 지나 서울대로 향한다. 대한민국 지성의 요람 서울대학교다. 이 문이 취업을 위한 등용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진 기초학문의 연구기관으로 거듭나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가는 열쇠가 되기를.

서울대입구에서 관악산으로 올라가는 등산객의 행렬이다. 대한민국 어디에 살거나 근처에 올라갈 수 있는 산이 있어 행복하다.

관악산 등산로에서 벗어나 서울 둘레길의 삼성산 성지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지하여장군 천하대장군이 등산객을 맞이한다.

또 계단이다. 서울둘레길의 관악산 코스는 위험하지 않으나 계단이 많아서 다른 코스보다 조금은 힘이 든다.

서울대와 관악산 연주대를 한 눈에 조망하려고 계단을 올라온 것 같다. 한 등산객이 바위에 걸터앉아 관악산 연주대를 바라보고 있다. 산길 사이로 금천구 시흥동이 보인다.

삼성산 천주교 성지

삼성산 천주교 성지다. 삼성산 성지는 1839년 기해박해 때 새남터에서 순교한 성 엠베르 주교, 성 모방 신부와 성 사스탕 신부의 유해가 안장된 교회 사적지다. 본래 삼성산이라는 명칭은 고려말의 명승 나옹, 무악, 지공의 3명의 성인이 수도한 곳이라는 데서 유래되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한 자락에 천주교의 3명의 성자가 안장되었고, 1970년대 이후 천주교 안에서는 삼성산을 가리켜 세 명의 성인 유해가 안장되었던 성지로 명명하게 되었다.

이 곳에 비행기 항로가 있어 이곳에서는 비행기가 아주 낮게 떠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호압사

금천구에 있는 유일한 전통 사찰이다. 이곳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태조는 무학대사의 조언으로 한양을 서울로 정하고 궁궐을 짓는 과정에서 태조의 꿈 속에 반은 호랑이인 괴물이 나타나 눈에 불을 뿜으며 건물을 들이받아 여러 차례 궁궐을 무너뜨리고 사라졌다. 태조가 침통한 마음으로 침실에 들었을 때 어디선가 노인이 나타나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니 호랑이 머리를 한 산봉우리가 한양을 굽어보고 있었다. 꿈에서 깨어난 태조가 무학대사를 불러 이곳 호암산에 호랑이의 기세를 누르기 위한 절을 짓게 했다.

그런 전설에 유래하여 이름이 호압사다.

둘레길 곳곳에 잣나무 숲이 보인다. 잣나무 숲에서 산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들이마셔 본다.

시흥동 지역의 토템신앙으로 기도를 올리던 장소인 신선길이다. 신선길은 150m의 돌계단과 주변에 많은 돌탑 쌓여 있으며 이 길은 서울 호암산성로 연결된다

시흥대로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조금만 가면 종착지인 석수역이다.

서울둘레길 관악산 구간을 마쳤다. 관악산 코스는 산길이 대부분이지만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볼만한 역사문화유적이 곳곳에 있다. 대부분의 구간이 숲길로 위험하지 않지만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코스로 서둘러 가는 것보다 쉬엄쉬엄 가는 것이 좋다.